'월가의 전설' 피터 린치. 1977년 마젤란 펀드를 맡아 운용자산 1800만 달러를 1990년 은퇴할 때까지 140억 달러로 불렸다. 13년간 연평균 30%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피터 린치의 어록 가운데 '칵테일파티 이론'이 있다. 증시가 바닥일 때는 파티에서 펀드매니저라고 밝혀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이 끓어오르면 파티가 파할 때까지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 의견을 구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펀드매니저인 자신에게 거꾸로 유망 종목을 추천하기 시작하는데 피터 린치는 그때를 증시가 고점을 넘어 '과열'로 들어선 시점으로 판단했다.
올 들어 주가가 20% 상승해 코스피 지수 2400선을 돌파했지만 칵테일파티 이론에 따르면 아직 '과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주변에 주식을 화제로 올리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누가 코스닥에 투자해 몇 배를 벌었다더라', '무슨 무슨 종목이 곧 뛴다더라'는 얘기가 나올만한데 직접 투자는커녕 펀드에 돈을 넣었다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증시 수급 주체 기관·외국인·개인 가운데 이번 장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10조원 이상을 순매수해 2000포인트 수준에서 머물던 코스피 지수를 2400선까지 단숨에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방관자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부동산이다. 점심이나 저녁 자리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온통 부동산 투자다. 용산, 마포 아파트에 투자한 지인이 불과 몇 년 만에 3, 4억원을 벌었다던가, '갭투자'로 전세를 끼고 투자했다는 실전 사례를 숱하게 들을 수 있다.
'증세' 논란으로 뜨거운 화제였던 '2017년 세법 개정안'이 2일 발표됐지만 정작 여론의 관심은 같은 날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에 쏠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소득세·법인세율 인상보다는 내가 사는, 또는 투자한 아파트가 투기과열지역에 포함됐는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화제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껄끄러운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대책을 동시에 발표했다는 음모론까지 나올 정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에서 떠나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기업금융) 등으로 수익원이 다변화돼 브러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장에서 주식매매로 인한 수익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1년 강세장에서 번 돈으로 10년 가뭄(약세장)을 버틴다'던 증권가 속설은 옛말이 됐다.
한 대형증권사 사장은 '자업자득'이라고 한탄했다. 한참 잘 나갈 때 투자자 보호에 소홀하고 증권사, 증권맨들의 이익만 챙겼던 과거 행태가 오늘날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중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 2010년대 초반 자문형 랩어카운트, 2010년대 중반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펀드까지. 직간접 투자에 나선 상당수 개인의 수익률이 반 토막 나는 참담한 경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정 지역·업종에 대한 몰빵투자, 적정 규모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데도 '소프트클로징(신규가입 제한)'을 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고객 유치 등이 불러온 인재라는 사실을 증권업계도 부인하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부동산에 시선을 빼앗긴 개인 투자자들을 다시 주식으로 돌려 세우기 위해 고객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