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관광문제, 산업생태계적 관점 접근해야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2019.03.29 06:00

"여행(Travel)과 관광(tourism)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저녁 모임에서 한 분이 장난스러운 질문을 했다. 답은 "신세대가 하는 것이 여행이고, 관광은 아재가 하는 것"이란다. 광고를 봐도 "관광을 하지 말고, 여행을 하라"고 한다. 관광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에 대한 오해는 여러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여행이 떠나는 행위 중심의 개념이라면, 관광은 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체험과 경험으로서의 여행행위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산업적, 현실적인 요소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행을 하기 위한 교통, 정보, 숙박, 음식을 비롯한 환대서비스 등 다양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어우러진 것이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세계경제포럼(WEF)은 관광산업을 '생태계'(Eco-system)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주체가 서로 어우러져 지지하는 생태계 시스템을 이루는 것처럼 관광시장도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체계와 정책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유지와 발전을 거듭하는 시스템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교통, 숙박, 쇼핑 등 단위분야 하나가 뛰어나다고 해서 관광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 관광시장 발전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사안별 관광문제 접근과 해결방식에서 탈피해 '관광생태계 관리방식'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관광의 단점인 '질 낮은 관광상품 문제'를 살펴보자. 관광객수 중심의 국가 정책목표, 면세점 등 쇼핑 기업들의 과도한 수수료, 여행업체들의 타성적 수익모형 등 복합적 과제에 기반하고 있다. 북촌, 홍대, 제주 일부지역에만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많이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 문제 역시 실제로는 공급에서의 저가 관광, 관광수용 측면의 문화이해 부족, 지구단위 계획으로 인한 재산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한국 관광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관광생태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 흐름 속에 연관된 각 주체들 간의 관계와 역할을 중심으로 복합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통제와 조정기구도 필요하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고 산업과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관광산업생태계를 관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를 담당할 실행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총리 주재의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주재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관광산업 실무를 총괄할 수 있는 '관광산업진흥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관광산업 생태계는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더욱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술발전이 여행을 더 편리하게, 더 쉽게 만들고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이끌어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호텔에 AI 서비스가 도입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영이 이루어지는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미래형관광 솔루션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가 기존 여행사를 대체하거나 공유숙박이 기존 호텔산업과 경쟁하는 산업구조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생태계에 대비하고 긍정적 진화를 이끌어 내는 선제적 대안과 정책이 요구된다.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관광 체계'가 필요하다. 건강하게 진화하는 관광생태계는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주고 '관광'에 대한 오해도 풀어 줄 것이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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