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벌써 5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말 그대로 비상이다. 반도체·석유화학 업종 수출 단가가 하락한 게 주원인이라지만 세계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교역조건도 만만치 않다.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은 흔히 우리 경제 버팀목으로 불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이 44%에 달했다. 정부가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장에 공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FTA는 급변하는 대외 통상환경에서 안정적 수출을 돕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한국은 2004년 첫 FTA(한·칠레)을 발효한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52개국과 15개 FTA를 발효한 ‘FTA 모범생’으로 불린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미, 한·유럽연합(EU) 등을 제외하면 FTA 활용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수출활력 제고의 핵심이 될 전략시장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이 FTA를 활용하는 비중은 50%대를 밑돈다. 수출 기업 절반이 FTA를 서랍 속에 처박아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 FTA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원산지규정에 맞춰 서류를 구비하는 과정·비용이 부담돼 수출 중소기업이 FTA 활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들에게 우리나라가 세계적 ‘FTA 허브’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이다.
중국 전한시대 관료의 토론을 묶은 염철론(鹽鐵論)에는 ‘유속불식 무익어기(有粟不食 無益於饑)’라는 말이 나온다. 곡식이 아무리 많아도 찧어 밥을 해먹이지 않으면 굶주림에 도움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세계 5대 FTA 체결국 기업이 정보가 부족하고 행정절차가 어려워 FTA 혜택을 포기한다니 딱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