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공교육과 사교육의 상생은 요원한가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2021.08.24 02:05
이만기 부사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며 30여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둘의 상생을 추구하는 지도자를 보지 못했다. 진보, 보수 모두 사교육 전면폐지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핵심 교육공약으로 내세웠고 대입정책도 사교육비를 줄이는 측면에서 마련됐다. 다가올 대선정국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언제나 사교육은 '잡아야' 하고 '줄여야' 하는 대상이다. 여기에는 장삿속에 치우친 사교육자가 만든 부정적인 인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교육은 더 많은 학생에게 파고들었으며 시작연령도 낮아졌다. 교육엔 엄연히 사교육의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척결 대상으로만 보는 건 잘못이다. 대입만 봐도 사교육이 그동안 공적 영역에 기여한 바가 있다. 평가원 모의평가, 시도교육청의 학력평가가 처음 시작될 때 기초자료와 시행 노하우를 제공한 곳이 사교육기관이다. 대입 합격진단의 기본틀은 물론 각종 시험성적 데이터틀을 만들어 일선 고교에 보급한 것,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가채점 예상등급 컷을 산출한 것도 사교육기관이다. 얼마 전까지도 수험생은 사교육업체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고 사교육기관이 무료로 배포하는 입시자료집으로 대입전략을 짰다. 지금 공교육에서도 하는 대입 설명회와 대입 모의지원 모델을 만든 것도 사교육기관이다. EBS 수능방송 초기에 투입돼 공교육 인터넷강의 기틀을 다진 것도 당시 사교육 스타강사였다. 이 모두를 사교육자의 홍보 속셈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렇게 나름대로 제 몫을 하는 사교육을 무조건 장사치로만 보는 건 건설적이지 않은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2가치 사례. 몇 해 전부터 교육부는 사교육강사의 지방자치단체 특강이나 일선 학교설명회를 지양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행사 자체가 사교육을 홍보하고 부추긴다는 논리다. 권고를 의식한 주최 측은 사교육강사를 초빙했다가 취소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행사 당일 아침에 통보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이 사교육강사를 선호해 이런 권고가 100% 지켜질 리 만무하다. 또 얼마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 대학에 사교육기관의 대입전형 소개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사교육기관이 주최하는 대입전형 설명회에 참여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앞선 사례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당국의 입장이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 구석 아쉬움은 있다. 대학이 사교육기관의 프로그램이나 설명회에 참여하는 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노력이지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학이 여러 채널을 통해 대입정보를 주는 것은 수험생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는 이점도 있다.

사교육 배제 논리대로라면 학원강사의 방과후수업, 사교육강사의 EBS 출연, 지자체의 학원강사 특강프로그램, 지자체 진로진학상담센터의 사교육기관 위탁운영과 사교육강사를 위촉한 공립형 학사운영 등 효과적인 공사 협업은 어찌 설명할 것인가. 사교육자도 공적 영역에 들면 공교육자의 자세로 임하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해 학원 관계자에게 협조를 구하고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사교육자를 토론회에 초대해 의견을 들은 사례가 있다. 연전에는 새 입시제도의 정착을 위해 정부 당국자가 사교육자를 만나 내용을 미리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생이 확대됐으면 한다. 사교육을 공교육의 대립각으로 보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공교육의 보완재로 여기는 자세를 기대한다.

사교육을 무작정 옹호하고 싶진 않다. 다만 사교육이 교육의 한 축으로 인정받으며 공교육과 상생하게 되길 바란다. 이와 관련, 평소 존경하는 장학관님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적은 댓글을 옮긴다. '다음 세대를 키우는데 공사(公私)가 어디 있나요?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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