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이후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의 급부상으로 인해 인터넷 트래픽 양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망을 통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ISP)와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자 국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이 서둘러 제출됐다.
법안들은 표현은 다르지만 모두 CP가 ISP의 정보통신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개정안들도 소위 망사용료가 무엇인지 정의도 하지 않은 채 이를 규율한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불명확성이 높은데 국적불명의 망사용료 규제가 도입될 처지다.
인터넷의 최종 이용자는 인터넷상의 모든 종단점과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 ISP들에 이용요금을 지불한다. 이러한 이용요금은 기술 및 콘텐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증가돼 왔다. 즉 최종 이용자가 ISP들에 비싼 이용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인터넷에 있는 양질, 고품질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함이다. 그런데 CP들이 망사용료라는 별도의 대가를 내야 한다고 하면 전 세계 수많은 아미(ARMY)가 한국 CP인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 관련 콘텐츠를 요청해 이용하므로 하이브가 전 세계 각국의 ISP들에 대가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네이버나 카카오, 왓챠도 마찬가지다.
개정안들은 형사 처벌과 행정제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용어나 의무사항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개정안에서 사용된 인터넷접속역무, 정보통신망의 이용과 제공이라는 용어는 법 체계에 비춰 명확하지 않다. 각 개정안의 요건을 더 들어가 보면 개정안들은 "정당한 이용 대가" (김영식 의원안), "부당하게" "정당한 이익" "차별" "정당한 사유" (전혜숙 의원안, 김상희 의원안)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만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안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관의 검토보고서 역시 "정당한 이용 대가"라는 용어가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들의 전제가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한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위한 계약을 하라는 것이라면 이는 -인터넷상 모든 이용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모든 CP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개정안들의 기준처럼 특정 CP가 국내 이용자 수와 트래픽 발생량이 많다고 하여 계약 체결 및 내용 결정의 자유를 제한당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내 CP들이 국내 ISP들에 망사용 대가를 지급하는 반면 해외 CP들은 이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최종 이용자에 대한 콘텐츠 전송을 별도의 전기통신역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국내 CP들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해외 CP들이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같은 논리에서 국내 CP들도 전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각국의 최종 이용자가 이용하는 ISP들에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들의 전제대로라면 하이브의 같은 국내 CP들도 외국의 ISP들에 망사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호주의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망사용료와 관련해 쉽사리 규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이익집단의 견해가 그대로 입법이 돼 민간 산업에 규제로 내리꽂힌다. 막 싹이 트는 신산업에 '타다금지법'이 도처에서 만들어진다. 이 나라에서는 혁신가들이 신사업을 하려면 기존 산업과 상생과 대타협을 해야 한다. 미래 신산업이 세상을 바꿔 얻게 될 새로운 일자리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혜택을 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없는 망사용료를 CP들에 부과하는 법안을 만드는 기민함은 누구를 위함인가. 이 나라가 진정 혁신국가가 되려고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