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지배구조 개편, 성장이 담보돼야

오문영 기자
2022.02.03 17:24

"저는 법조인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올바른 작동을 위해 권력은 분산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찬희 차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2기 준법감시위원회 핵심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꼽았다. 과거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내던 때 검찰개혁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몽테스키외 삼권분립론이 원칙으로 자리잡은 국가 기관과 기업은 다르다. 권력 분산이라는 잣대를 우선해 기업 지배구조를 손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의 기본은 이윤 창출이다. 견제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다간 자칫 의사결정의 효율을 제한할 수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때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되려 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지배구조가 기업 성과에 득이 되는지를 우선 따져야 한다. 다양한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의 주변 선진국만 봐도 서로가 제각각인 지배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주주 중심으로, 독일이나 유럽은 이해 관계자를 중시하며 일본에서는 가족·그룹 지배가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이 반영돼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삼성도 겪어온 역사에 걸맞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많은 이익을 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 석학들도 경쟁력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어떤 동력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는지, 진행 중인 사업의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경영진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2기 준법감시위원회는 오는 5일 출범해 지배구조 개편 과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의 향후 50년, 100년을 책임질 변화다. '보기에 좋다'는 관점으로 방향을 정해서는 안 된다. 견제라는 명분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진 않도록 해야 한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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