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00% 용적률 아파트에 살고 싶을까

유엄식 기자
2022.02.24 05:20

'강남구 구룡마을 1만2000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일대 5만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한 '4종 주거지역, 용적률 500%' 아파트 개발을 통한 목표 공급량이다.

구룡마을 주택 공급량은 직전까지 서울시와 강남구가 논의한 2800호의 4배가 넘는다. 내곡동 공급량은 부지 면적(약 65만평)을 고려할 때 기존 분당 신도시(면적 590만평, 10만호) 밀집도의 최소 4배 이상이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번 공약은 기존 도시계획을 틀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고밀개발 주거지역 탄생을 예고한 점에서 파격적이다. 개발이익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코인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가 크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주택 고밀개발은 높은 용적률 적용이 가능한 도심 상업, 준주거지역에 청년 1인 가구, 신혼부부 등 직주근접 선호도가 높은 수요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주택은 내집마련 전까지 거쳐가는 곳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주거 전용지역 개발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를 낳고 기르려면 집 크기도 적당히 넓어야 하고, 주변에 학교와 어린이집도 갖춰야 한다. 넉넉한 주차 공간도 필요하다.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용적률 500% 주택은 이런 기반시설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면적과 공급 규모, 부족한 기반시설 구상 등을 고려하면 정말 수요자들이 원하는 '살기 좋은 집'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주택공급 부족은 지난 몇년간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시민들은 '주택 공급을 늘려라'고 요구하고 있고 주택공급 확대 공약을 내놓는 것은 정치인들의 의무다. 하지만 주권자들의 요구하는 '주택' 앞에는 '살고 싶은'이란 수식어가 달려 있다. 가격이 싼 임대주택을 늘려도 서민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도 '살고 싶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등 야당도 수백만호의 주택공급을 공약으로 내놨지만 역시 '용적률 500%'를 적용해 숫자를 늘리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실제 주택공급에선 '숫자' 못지 않게 '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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