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먹거리 농업기술을 짓다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
2022.03.13 14:05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

우리는 예전부터 중요한 것을 만들 때 '짓는다'고 했다. 가령 의식주(衣食住)처럼 생활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게 그러하다. 옷·집을 짓는다, 밥을 짓는다, 글도 이름도 짓는다. 특히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수고 새롭게 짓기가 어렵다. 또 자기선택권이 없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짓고 태어나지 못한다. 그저 지어진 이름을 받아들이고 불리울 뿐이다.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름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법원이 개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법원은 개명 허가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 이름을 쉽게 바꾸는 것은 사회생활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법원의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05년이다. 대법원은 개명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이름의 사회적 의미와 기능, 개명으로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람의 이름에서 행복추구권·인격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명칭변경은 개인의 이름 변경과는 절차, 방법 등이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국민들의 혼선방지'를 위한 노력이다. 모든 공공기관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능의 수혜자 또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편과 혼선을 최소화 하면서 명칭변경을 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9년~2019년) 공공기관 339개 중에서 20% 수준인 71개 기관의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6~7개(2%) 기관의 명칭변경 되고 있는데, 이수치는 2020년을 기준으로 신생기업이 105만개 늘어나고 73만개가 소멸되는 상황과 비교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공공기관들이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공공과 민간은 역할과 기능이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에 단순 숫자로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공공기관은 기관 간 통합 또는 역할의 변화가 있을 때만 관련 법률을 개정해 기관의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

이달 1일 농생명 공공분야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새롭게 명칭을 변경했다. 재단에서 진흥원으로 변경되는 것에 의미를 찾자면, 농생명과학기술의 지식재산권 확대다. 특허청은 8,900여건의 국유특허(공무원의 직무발명은 국가가 소유)를 관리하고 있다. 그 중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국유특허는 4,200여건으로 전체의 47% 수준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아무리 많이 만들어져도 '쓰임'를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지난해 농생명과학기술의 국유특허는 1,593건이 기술이전 됐다. 또 이전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도 43.1%에 달했다. 이 수치는 미국농업연구청(USDA)의 최근 5년 간 사업화성공률 37.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많은 국유특허가 농산업체로 기술이전 되고 산업화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산업체를 위한 맞춤형 전주기 지원 역할이 매우 크다. 맞춤형 전주기 지원은 우수한 기술의 특허창출, 기술이전, 사업화지원, 기술금융 등 사후관리에 이르는 촘촘하게 설계된 지원프로그램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는 농산업체의 성장단계별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농업기술을 짓는다'라고 표현한다. 청년농부의 창업지원, 영세한 농산업체의 금융지원, 사업화를 위한 시제품 제작지원 등 진심을 다해 지원하는 모습은 '짓는다'라는 표현을 쓰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 공공기관은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돕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시장의 활력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농업기술을 통한 산업적 진흥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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