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지난 7월 27일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 첫날 폭등하며 중국 증시 시총 1위를 차지했다. 공모가로 계산한 시총은 5791억위안(약 122조원)에 불과해, 시총 1위를 예견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올해 중국판 나스닥인 커창반의 상장 첫날 평균 상승률이 460%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CXMT도 첫날 공모가 대비 466% 폭등해 시총 3조2800억위안(689조원)으로 중국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A주 1위에 올랐다. CXMT 상장은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자체개발 뉴스와 맞물려 한국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 상장이 의미하는 바는 더 크다.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의 육성전략을 보조금 지급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본토 A주 증시의 IPO 공모규모는 약 14조8000억원이다. 여기에 홍콩거래소(37조8000억원)를 더하면 52조6000억원에 달한다. 홍콩증시 IPO는 대부분 중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 H주를 추가 발행하는 형태다. 중국 증시 IPO 규모는 2022년 123조원까지 급증한 이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감소했지만, 작년부터 증가추세로 전환했다.
지난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기 위해 28조달러의 주식·채권시장을 동원한다고 보도했다. 자본시장 접근성은 미국이 기술분야에서 가진 가장 큰 강점이었다. 인공지능(AI)이 기술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이 이 격차부터 좁히려 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 세제혜택, 자본투자를 주요수단으로 활용했는데, 자본시장 활용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하드테크 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커촹반(과학혁신판)의 역할이 커졌다.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주석이 미중 기술경쟁의 대항마를 육성하기 위해 2019년 7월 출범시킨 기술·벤처기업 전용증시다. 커촹반 설립 이후 중국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크게 용이해졌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도 2020년 7월 상장으로 532억 위안(약 11조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이제 미국의 나스닥처럼 중국에서도 커촹반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AI기업 상장에 있어서만큼은 미국을 앞선다. 올해 1월 미니맥스, 즈푸AI가 홍콩증시에 상장했으며 문샷AI은 홍콩증시, 딥시크는 커촹반 IPO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즈푸AI의 오픈소스 모델 GLM-5.2가 글로벌 오픈소스 및 개발자 플랫폼에서 최상위권에 오르자 즈푸AI는 홍콩증시에서 주가가 폭등했으며 40억달러규모의 유상증자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앤트로픽과 오픈AI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IPO 서류를 제출했지만, 상장 속도에서는 중국에 밀린다.

지난 7월말 진행된 CXMT IPO는 2010년 이후 중국 본토 증시 최대 규모다. 만약 CXMT까지 넣는다면 상반기 중국 IPO 규모는 두 배로 불어난다. CXMT는 상장과정에서 전체 지분의 10%를 매각해 666억위안(약 14조원)을 조달했다. SK하이닉스가 총 발행주식수의 2.5%를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발행하고 265억달러(약 38조원)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적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중국 CSRC가 신규 상장종목의 공모가가 높게 산정돼 상장 직후 주가가 폭락하는 걸 막기 위해 공모가 산정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커촹반 IPO는 무조건 돈 번다는 인식을 심어서 173조위안(약 3경6330조원)에 달하는 가계 저축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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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XMT외에도 중지이노라이트(9조6000억원), 화룬신에너지(5조1000억원), 럭스쉐어(4조4000억원), 빅토리자이언트(3조7000억원) 등 대어들의 IPO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공모규모 상위 10대 기업 중 7개를 홍콩거래소가 차지한데서 알 수 있듯이, 중국 본토 상장기업의 H주 발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금융당국이 자본계정이 개방되지 않은 본토의 상하이거래소뿐 아니라 완전개방된 홍콩거래소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올해 한국 증시는 증시 활황에도 IPO가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공모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케이뱅크(4980억원), 채비(1107억원), 스트라드비전(840억원), 덕양에너젠(750억원), 에이치엘지노믹스(551억원)가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올해 IPO 감소는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장기간 지연됐던 영향이 크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상장을 미룬 것이다. 공모규모는 최근 3년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반적인 공모규모도 몇 백억원대에 그쳤다. 중국처럼 급성장하며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는 기술기업이 없는 점이 아쉽다.
오는 20일 전후로 커촹반 상장을 앞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상장일은 8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로봇대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약은 경쟁률이 5526대 1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니트리는 61억위안을 조달할 계획으로 시총은 610억위안(약 12조8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CXMT처럼 몇 백% 상승한다면 단숨에 시총이 30조~40조원대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IPO는 자금조달을 넘어 국가가 선택한 기술을 시장에 데뷔시키는 무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