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율주행로봇으로 본 '정의란 무엇인가'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2022.03.30 10:54

요즈음 마이클 센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자율주행로봇의 상용화에 적용해 보게 된다. 누구에게는 정의로운 것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모순이 최근 자율주행로봇에서도 이슈다.

자율주행로봇은 택배, 음식 배송 등 배달기능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기술 구현보다 한국 현행법상 위법 사항에 있다. 경찰청 소관인 도로교통법과 인권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법이 바로 그것이다.

도로교통법상 로봇은 인도로 다닐 수 없다. 그렇다고 성인의 걸음 속도와 큰 차이가 없고 크기나 무게도 인간의 절반 수준인 이 로봇들을 차도로만 다니도록 한다면 차량의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관련 단체에서는 도로 인식을 위해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에 불특정 다수의 행인들이 노출되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신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규제 예외를 적용해주는 규제샌드박스는 다음의 제한 조건 내에서 배송 로봇 운행을 허용했다. △운전면허 취득자가 로봇과 함께 이동하며 로봇을 육안으로 감시 △정지와 조정기능을 수행 △로봇이 취득하는 모든 이미지 데이터에서 사람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 등이었다.

지난 1월 26일 국무조정실에서는 자율주행로봇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규제샌드박스 조건으로 로봇을 운영해 온 기업들이 법을 제대로 개편해 로봇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검토하기 위한 자리였다. 누군가에겐 '옳은' 결정이었던 해당 규제샌드박스는 뚜껑을 열고 보면 로봇을 제대로 개발해 실생활에 적용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된다.

관련 기업들은 규제샌드박스 하에서 3년간 로봇들을 운영하며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로봇 기술의 완성도를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로봇 한 대마다 한 사람씩 그 뒤를 좇아 다니면서 로봇을 감시하고 있으니 사고가 날 수가 없다. 사고가 나지 않으니 보험 같은 안전장치를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당장 보험 수가를 산정할 수 없다.

인건비 때문에 로봇 운영 대수도 늘릴 수가 없다. 제대로 서비스를 검증하려면 적어도 1000대 이상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특정 지역을 커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000명의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 로봇 개발과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 입장에서 이런 부수적인 비용을 감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자동차 자율주행 레벨3가 합법화된 이 시점에서 시속 6㎞로 이동하는 50㎏ 로봇과 시속 60km로 달리는 2톤 자동차의 위험성을 비교해 본다면 로봇에 대한 현행 규제는 '옳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당사는 미국의 대기업으로부터 PoC(기술실증)를 제안 받아 2021년 수개월 동안 미국에서 주행 테스트를 수행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게 왜 가능할까. 미국이 한국보다 도로교통에 대한 규범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인식이 약해서가 아니라 혁신산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그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의지가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혁신을 위해 부처의 벽을 넘나드는데 얼마나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숙제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사진=로보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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