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전력수급 계획은 급진적 탈원전과 무리한 태양광 보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규모 수력발전의 비중이 크게 반영된 타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우리와 비교해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의 명분으로 삼았으니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그 계획이 제대로 문제없이 이행될 리 없었다. 결국 실패를 계획한 것이다. 올해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그 방증이다.
무리한 탈원전 결과 국제 가스가격이 상승하는 에너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원자력이라는 중요한 수단을 상실했고 가스가격과 연동된 태양광 비용이 급증하면서 전력생산 단가가 급상승했다. 올해처럼 가스 전력 단가가 200원/kWh 내외를 오르내리는 경우 신한울 1,2호기가 전력생산을 할 수 있었다면 3조원 내외의 한전 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와 월성 1호기를 고려하면 올 한해만 한전 적자 7조원 가까이를 줄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0일 공개된 2036년까지의 전력수급계획의 골자를 보면 석탄과 가스를 줄이면서 원자력의 2030년 비중을 30% 초반으로 가져가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합이 50%를 약간 웃돌고, 화석에너지가 50%를 약간 밑돌게 되어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비화석에너지 중심으로 넘어가는 기점이 2030년이 된 것이다. 비화석에너지 50% 돌파가 아주 큰 의미가 있으나 이것이 우리에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 원자력 비중은 50%를 넘었었다. 프랑스의 75%에는 비할 바 안 되지만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2030년 비화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것은 획기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1990년대의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정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원자력 중심의 비화석에너지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비화석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원자력의 비중을 1990년대 초와 유사하게 5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늘려왔다면 지금 우리는 2030년경 비화석에너지 70% 도달을 눈앞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원자력의 비중이 탈원전 전력수급계획 대비 늘어난 것은 원자력의 역할을 정상 궤도로 올리기 시작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이후 신규원전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은 개선해야할 점이다. 바람직한 전력생산 비중을 고려, '신규원전 4개 호기'로 명시해 전력 수급계획에 담아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해야한다. 예를들면 프랑스가 확정된 6기 건설을 추진하고 8기 추가 건설을 추진하기로 정책결정을 한 것과 유사하게 말이다.
이번 10차 전력수급계획은 원자력의 기여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로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합을 통한 탈탄소 전략을 공공히 한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 경제적이고 24시간 활용 가능한원자력의 기여를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계획이 탈원전 폐기의 의미는 높으나 신규원전 건설을 포함해 원자력의 기여를 정상화할 숙제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