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외시장 진출은 지식재산권 확보로부터

이인실 특허청장
2022.10.17 05:55
이인실 특허청장

국내 A사가 개발한 미용 의료기기는 높은 가성비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큰 인기를 끌었다. 경쟁업체가 모조품을 출시하려 해도 이 회사가 선제적으로 특허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 A사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도 동시 특허를 출원했지만 한국보다 심사도 늦고 심지어 거절결정까지 받았다. 브라질 등 신흥국가에서도 특허 절차를 진행했지만 2년 동안 심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아 해외 진출에 난항을 겪었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심사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식재산권의 효력은 권리를 획득한 국가내에서만 인정되기 때문에 국가별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마다 법령과 심사 실무가 달라 우리나라에서 특허 받은 기술이 해외에서 특허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특허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받으면 동일한 기술에 대해 해외에서 우선적으로 심사받을 수 있도록 도입해 확대해온 '특허심사하이웨이(PPH)' 제도가 대표적이다. 통계를 보면 PPH 출원은 그렇지 않은 건에 비해 9개월 이상 신속하게 처리되고, 등록률 또한 13.7% 이상 높다. 현재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한 37개국과 PPH를 시행 중이며, 올해엔 프랑스도 협력 국가에 추가됐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 동일한 발명을 출원한 경우 양국 심사관이 공동으로 조사해 신속하게 심사해 주는 제도도 있다. 2013년 국제회의에서 특허청이 처음으로 제안해 도입한 '특허공동심사 프로그램(CSP)'이 그것이다. 그간 한·미, 한·중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미국이나 중국에서 빠르게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다 많은 국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특허를 협력국가에 출원하면 심사 절차 없이 바로 특허가 등록돼 현지에서 조속히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등록특허효력인정제도(PRP)'도 시행중이다. 이는 지식재산 제도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 친출하려는 우리 기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캄보디아와 브루나이, 라오스 등 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과도 지식재산협력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해 현지의 심사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행정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우리 기업의 중동 진출을 보다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속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의 시기다. 이에 우리 기업들의 활력 제고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협력제도들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속히 특허를 등록받으면서도 한국에서와 거의 동일한 권리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도 특허청은 국내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국제사회에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보호받고 해외 진출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