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보다 싼 다리미...'5000원 균일가' 시장이 만든 진풍경[우보세]

김밥보다 싼 다리미...'5000원 균일가' 시장이 만든 진풍경[우보세]

유엄식 기자
2026.03.31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마트가 선보인 균일가 PL(자체 브랜드) '5K 프라이스'의 스팀다리미 등 주력 제품.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가 선보인 균일가 PL(자체 브랜드) '5K 프라이스'의 스팀다리미 등 주력 제품. /사진제공=이마트

"이 가격에 팔아도 남는 게 있나요?"(기자)

"손해 보고 파는 미끼상품이 아닙니다."(이마트 관계자)

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가성비 PL(자체 브랜드) 상품 '5K 프라이스 스팀다리미'는 4980원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김밥 한 줄에 5000원이 넘고 한입 크기 디저트 두바이쫀뜩쿠키(두쫀쿠)가 한 때 개당 7000~8000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그래서 남는 장사냐고 물었는데 의외로 "이익이 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가격을 책정한 건 "노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소싱팀이 수 개월간 발로 뛰어 중국 저장성 항구도시에서 제조사를 발굴했다고 한다. 공장 규모와 안전관리 등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만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버거운 고물가 시대, 국내 유통 시장에선 5000원 이하 균일가 제품들이 지형을 뒤흔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동안 국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물가도 뛰면서 유통가에선 '박리다매'(薄利多賣, 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판매한다) 전략이 점차 힘을 잃었다. 가격이 좀 더 비싸도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단독' 상품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요즘엔 단독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가성비까지 갖춰야 수요가 붙는다. 그만큼 '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났단 의미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비교가 일상화된 데다 사회관계서비스망(SNS)과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이 일회성 미끼상품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균일가 판매점의 원조 격인 다이소의 약진도 대형 유통사들이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다. 다이소는 500원~5000원 6종 균일가 상품을 파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형태로 운용되지만 실적은 '다리다매'(多利多賣)에 가깝다. 지난해 다이소 예상 매출은 4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약 10%로, 2~3%대에 그친 대형 유통사를 대폭 상회한다.

점차 이커머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오프라인 유통사들에 연간 수 조원대 가성비 균일가 시장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인정하고 온전히 넘겨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다이소 고유 영역으로 여겨진 '5000원 이하' 가성비 PL을 만든 건 주력인 신선식품과 식료품 위주로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균일가 가성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유통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가격 상한선을 지키려고 제조사 원가 절감에만 치중하고 품질관리와 안전성 검증에 소홀한다면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상품과 다를 게 없다. '싼 게 비지떡'이란 옛말이 회자하지 않도록 5000원 이하 제품은 유통사 고유의 구매·상품기획 능력으로 대결하는 구조가 안착하길 기대해본다.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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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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