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2022년 주가가 남긴 의미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2.12.13 02:03
이종우 경제 평론가

1990년 코스피 시가총액이 79조원이었다. 주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6월 해당 수치가 2307조원이었으니까 31년 사이에 29배 증가한 셈이 된다. 1990년 말 코스피지수는 696이었다. 지난해 6월 말에 3300까지 올랐으니 같은 기간 주가는 4.7배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주가상승이나 새로운 주식공급으로 늘어난다. 1990년 이후 주가상승에 의한 시가총액 증가는 작았던 반면 신규상장이나 증자 등 주식공급을 통한 증가는 대단히 컸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게 자본시장의 첫 번째 기능이라면 우리 주식시장은 이 기능을 정말 충실히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기업이 증자나 CB(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걸 싫어한다. 증자분만큼 이익이 늘지 않을 경우 이익이 희석돼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여러 형태로 많은 주식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이익이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의 규모보다 주식공급 규모가 더 크다 보니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주식시장은 저수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 이후 미국 S&P500지수가 11.7배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5배 오르는 데 그쳤다. 해당 기간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9배 올랐다.

국내 다른 투자자산과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1990년에 1000만원을 가지고 주식을 샀다면 지금 해당 자산의 가치는 3200만원이 돼 있을 것이다. 코스피지수로 환산한 수치다. 복리로 계산하면 연평균 상승률이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에 똑같이 1000만원을 가지고 채권을 샀다면 현재 가치는 9000만원 가까이 된다. 서울 아파트는 5300만원 정도 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의 투자수익률이 주식보다 2.8배 높다. 우리 주식시장의 수익성이 대단히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저수익성이 계속될 경우 주식투자는 어떻게 변할까.

워낙 큰 주제고 오랜 시간 후 얘기여서 단언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이 다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 방법은 더 많은 돈을 해외 주식시장으로 돌리든지, 채권을 비롯한 다른 상품으로 이전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은행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랜 시간 은행 예금의 수익성이 주식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인데 안전한 자산이 수익까지 높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기업의 주인 운운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부분이고 돈을 벌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굳이 주식시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사람은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할 정도로 이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상장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영원히 지금과 같은 형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도 별 저항이 없고 필요할 때 언제나 돈을 공급해주는 형태 말이다.

2022년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시간이었다. 상장기업, 주주, 자본시장 모두 올해 주가가 남긴 의미를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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