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10. photocdj@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2/2026021010432073635_1.jpg)
"가격을 맞추려면 저렴한 소재를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시니 뭐..."
최근 한 생리대 제조 업체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생리대 가격 거품'을 정조준하며 압박하자 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중저가 라인업 출시 계획을 발표한 날이었다. 대통령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연초부터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관련 업체들을 향해 날을 세웠으니 이번 가격 인하 움직임은 사실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유통구조 개선 등 시장 자정 결과물이 아닌 정치 권력의 압박 결과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 말마따나 당장의 중저가 제품 출시는 생산·유통 원가가 낮아진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소재의 가성비만 앞세워 가격을 억지로 끌어내린 것이다. 생리대는 펄프와 면 등 핵심 원재료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유통 과정에서 생산자가 결정할 것은 별로 없다.
물가를 잡고 생필품 담합을 뿌리 뽑으려는 정부 의지를 비판할 순 없다. 특히 생리대는 소수 상위 기업이 시장을 과점한 상징적인 생필품이다. 일부 제조사가 국내 제조업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14%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생리대 시장 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결과로 의심하는 정황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값싼 생리대가 아닌 '안전한 생리대'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생리대는 여성이 평생의 절반 가량 매달 마주해야 하는 필수재다. 체질에 따른 알러지 반응 등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좀 더 비싸더라도 내 몸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확고하다. 끊이지 않는 유해성 논란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가격만 문제삼는 건 이 같은 시장 수요와 배치된다.
가장 시급한 건 생리대 구매가 힘든 취약계층을 위한 정교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다. 저렴한 제품이어도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과거 유해 물질 논란 때마다 반복된 '사후약방문'식 행정 기조를 전환하는 것도 급선무다. 진정한 민생 행보는 사정기관을 앞세운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