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계가 혼돈에 빠졌다. 파리올림픽 역대급 성적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줬지만 안세영 선수의 폭로를 시작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 비위부터 대한체육회장의 추악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국민들에겐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대한체육회장이 제왕적이며 대한체육회는 견제받지 않는 조직이었단게 알려졌지만 돌이켜보면 이기흥 회장 체제의 대한체육회는 수년간 견고한 철옹성을 쌓아왔고 괴물이 돼가는 과정이 있었다.
2021년부터 지켜본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이 회장은 '체육을 위해'란 대전제를 설정한 뒤 '체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왔다. 그런데 정작 대의원총회에선 전문체육인들의 삶이 어떤지, 체육을 진로로 정하지 않는 운동부 학생들, 학교 체육의 문제 등과 같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회장들은 임기를 연장하려했고 회장 선거에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정치인을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으며 본인이 재임시절 제정했던 연임제한 규정을 삭제하려고 하는 등 정관과 규정을 시도 때도 없이 손댔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체육철학의 궁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체육을 위해'란 대전제를 활용했고, '2027 충청권 하계 U대회' 조직위원회 출범 때부터 본격적으로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접적인 사과와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거들먹거리는 대담함을 보였고, 스위스 로잔 체육회사무소 개소와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제화 등 수많은 사안에 대해 문체부와 부딪혔지만 국민들은 알 수 없었다.
만약 지난 4년 동안 대한체육회의 비정상적인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처럼 대한체육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단 원망이 든다.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이 사태의 근원적 책임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안간힘을 다한 이 회장과 주변 연맹단체 회장들에게 있다. 이들은 문체부를 카르텔이라고 비난했지만 진짜 카르텔은 시·도체육회장들과 회원종목단체의 사무처 직원들로 구성된 경기단체연합회의 주요 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돼있었다. 각 종목협회에 출연금을 내고 봉사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자신들이 임명한 인사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방관한 많은 종목협회장들이 현 체육계 사태의 원흉이고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월급도 안 받는 명예직인데 3번을 하든 4번을 하든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것. 선거로 뽑으니 맞는 말 같지만 사실상 궤변인 셈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봉사를 해달라고 누가 강요했는지. 당선 당시 초심을 잃진 않았는지. 지금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당당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