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공기업 수장 '입장료' 관행

[사설]금융공기업 수장 '입장료' 관행

머니투데이
2026.03.26 04:00

금융 공공기관장이 노조에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로 굳어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에서 잇따른 출근 저지와 그 이후의 '선물 보따리' 합의는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의 거래다. 노조가 내부·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새 수장을 길들이며 전리품을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강승준 신보 이사장은 취임 전날 노조 요구 60개 중 34개를 수용했다. 워케이션·재택근무·업무량 총량제에 더해 전임 사장 때 무산된 무급휴직까지 한꺼번에 풀어줬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임에도 20일 가까운 출근 저지를 당한 끝에 미지급 수당과 성과급, 주 4.5일제 검토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다. 김성식 예보 사장도 출근 저지 이후 노동자 경영 참여와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일부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27일간 출근 저지 끝에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고, 2022년 유재훈 전 예보 사장도 유사한 양보로 갈등을 봉합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캠코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명분은 달라도 결론은 임금과 복지다. 기관장은 임기 초 충돌을 피하려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고 인사권자인 정부는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신보와 예보는 정부가 책임지는 공적 기금 기관이고, 기업은행도 정부가 과반을 쥔 국책은행이다. 늘어난 인건비와 복지는 보증료·예금보험료·대출금리·수수료에 반영된다. 금융소비자인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이 높냐 낮냐, 노동이사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이 적절하냐 아니냐는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그 결정 방식이 정당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금융공기업에 대한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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