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전면에는 여러 성인의 조각상이 있다. 그 가운데 순교자 생 드니주교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파리 대교구 초대 주교인 드니 주교는 박해받다 결국 참수형을 당했는데 목이 잘리자 땅에 떨어진 머리를 주워 두 손에 받쳐들고 북쪽으로 한참을 걷다 멈춰 쓰러졌다고 한다. 훗날 그곳에 성당이 세워졌고 이것이 오늘날 파리 북부도시 생드니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생드니 대성당이다. 프랑스 과학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 교수는 드니 주교가 참수된 머리를 들고 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디지털세대 젊은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모습에 비유한다. 드니 주교는 잘린 머리를 들고 걸었지만 21세기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걷는다. 그러면서 미셸 세르는 디지털세대는 2개의 뇌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머리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시대의 머리' 스마트폰이다. 참으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이다.
오늘날 디지털세대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와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동영상으로 전 세계 사람과 소통한다.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바꿔놓았고 학교 교육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령 교사는 지식의 구전자로서 확성기 역할을 해왔지만 더이상 학생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 말을 하는 입장이었던 교사는 이제는 학생들이 쏟아내는 요구를 들어야 한다고 미셸 세르는 주장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을 학생들은 바로바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2개의 엄지로 뭐든지 하는 디지털세대 젊은이를 그는 '엄지동자'(Petite Poucette)라 이름 붙였다. 우리말로는 엄지족 또는 엄지세대로 번역됐다. 이런 내용을 담은 미셸 세르의 책은 프랑스에서 2012년에 출간됐고 한국에서는 '엄지 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기상천외한 생각과 스마트폰세대 신인류예찬을 담은 노철학자의 책은 당시엔 가히 파격적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13년, 그동안 스마트폰은 더 업그레이드됐고 바야흐로 AI(인공지능)폰으로 진화했다. 생성형 AI를 만난 스마트폰은 더 똑똑해졌고 엄청난 지능과 능력을 갖춘 디지털 시대의 '절대반지'가 됐다.
한편 21세기 벽두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또 한 권의 베스트셀러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를 펴내면서 자본주의는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 자본주의에선 물건을 사서 독점적, 배타적으로 소유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할 때 접속해서 사용하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일상이 된 '접속과 연결'은 소통, 업무, 거래는 물론이고 인간관계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접속이 소유를 대신한다. 굳이 지식과 정보를 학습해 머리에 저장, 소유하지 않아도 접속만 하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정보를 습득하고 지식을 학습하는데 더이상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때그때 접속으로 충분하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신제품 발표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가끔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적 제품이 등장하는데 오늘 그 제품을 소개한다"면서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다. 이 혁신적 발명품은 그냥 모바일 전화가 아니라 아이팟과 전화와 인터넷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인류의 삶을 바꾼 스마트폰은 오늘날 또 다른 혁신적 발명품 AI와 결합했다. 아마도 AI폰은 올해 최고의 인기상품이 될 것이다. 우리 삶 속으로 쑥 들어온 AI 스마트폰은 우리가 늘 휴대하고 다니면서 접속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외장형 스마트 두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