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정상회담 대상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중동에 불을 질렀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하겠다"는 발언으로 중동이 발칵 뒤집힌 것. 반발이 커지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영구적으로 소유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짧지 않을 가자 재건 기간 중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지를 옮겨 살 곳이 필요하고 그 험난한 작업을 미국이 나서서 해주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누구의 돈으로 대체 누가 가자지구를 재개발한단 말인가. 트럼프는 가자지구 주변국들이 재정착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으나 그게 정확히 누군지,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원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200만에 달하는 가자주민이 최소 10~15년 이상 걸릴 재건 기간에 붙일 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재개발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가. 트럼프가 던진 한 마디 제안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변국인 이집트 외무부와 요르단 왕실은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모든 원조와 복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그 땅을 떠나지 않고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가자주민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전쟁 기간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의 후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두 비준한 제네바협약은 민간인의 강제 이주를 금하고 있다. 민간인 강제 추방 혹은 이송은 전쟁 범죄나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영구 옵서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가로 인정받아 정식 회원국에 준하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유엔 193개국 중 146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 미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의 국제법 교수인 마르코 밀라노비치는 "다른 국가의 영토 전부 혹은 일부를 합병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 이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선거를 앞둔 그린란드 민심을 흔들고 있다. 파나마운하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며 (미국만) 깎아달라 하지 않나, 아예 운하를 되가져오겠다고 협박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토지 개혁 법안이 특정 계층(백인)에 불리하다며 원조 중단을 선언했다.
21세기 들어 한 국가가 타국 영토를 침해하고 주권을 흔든 사례는 드물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의 비난을 샀고, 결국 '전범'(戰犯)이 됐다. 지난 20일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언급하며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하지 않아 러시아를 파괴(destroy)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푸틴을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