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히스로국제공항

[우보세]히스로국제공항

이정혁 기자
2026.02.13 05:35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통령실의 인천공항공사 불법인사 개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0.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통령실의 인천공항공사 불법인사 개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0.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글로벌 항공 업계의 최근 화두는 '연결성'(aviation connectivity)이다. 특정 공항이 다른 공항과 얼마나 쉽게 연결될 수 있는지가 그 공항의 위상을 좌우하는 것이다. 연결성은 여행자가 한 번의 비행이나 최소 환승으로 갈 수 있는 범위와 노선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간 글로벌 주요 공항들은 쇼핑, 출입국 수속 편의, 편의시설, 안전 등 공항 자체의 기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런 분위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팬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환승 중심의 허브공항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단순 여행객 유치를 넘어 반도체·바이오 등 글로벌 공급망의 연결고리이자 제재·봉쇄 시대의 관문 역할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였다.

글로벌 항공 통계·데이터 분석 업체인 OAG 메가버스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구촌에서 연결성이 가장 뛰어난 공항으로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영국)이 뽑혔다. 이 공항이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독일)이나 세계에서 가장 붐빈다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미국)을 제친 비결은 토마스 볼드바이 최고경영자(CEO)의 물류 전문성에 있다. 볼드바이 CEO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몰러-머스크 경영진 출신으로 코펜하겐 국제공항(덴마크) CEO도 지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어내고 이를 히스로 공항에 적용했다.

우리나라 공항에 이런 전문 경영인이 오길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 공항 사장의 운명은 정권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전국 12개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는 그간 군, 경찰,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공항 운영과는 거리가 먼 이력들이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마지막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국정원 출신이었다. 그나마도 이 자리는 2년째 비어 있다. 윤석열 정권 때인 2024년 3월 전임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사장 임명이 미뤄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최근 인천공항의 여러 논란을 볼 때 이 사장의 마음은 이미 공항 경영이 아닌 지방선거로 향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책갈피 달러' 지적 이후 대통령과 SNS 설전은 마다하지 않으면서 인천공항 2터미널 주차 대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상반기 중 인천공항과 한국공항공사 모두 사장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매번 공고에는 '공항·항공 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기본 자격 요건으로 명시됐지만 임명된 사람들은 이와 무관한 정치인이나 권력기관 출신이었다.

다행인 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대한 정치인들의 하마평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낙하산 경쟁에 공항 경영을 맡기는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 공항은 더 이상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히스로 공항처럼 능력 중심의 전문성을 갖춘 사장이 나올 때가 됐다. 이재명 정부의 공항 사장 임명은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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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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