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과 한국의 반도체[우보세]

유선일 기자
2025.02.13 06:05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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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2.1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관세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임기 시작과 함께 세계에 '관세 폭탄' 투하를 시작했다. 캐나다·멕시코에는 한 달의 시간을 줬지만 중국엔 이미 10%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고 자동차·반도체에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직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보편관세도 대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개인소득세 등을 깎아 줄어든 세수를 관세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 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 이런 목적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관세가 결과적으로 '경제적 순손실(소비자·생산자 잉여와 관세 수입을 더했을 때 총잉여 감소)'을 초래한다는 경제학 이론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관세는 '목적'이 아닌 진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도체 관세'를 두고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이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관세가 붙은 만큼 가격을 높여 반도체를 팔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대체할 기업이 마땅치 않아 관세 부과가 오히려 미국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기업 없이는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반도체 수요를 사실상 감당할 수 없다. 자칫 관세 부과로 한국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 AI(인공지능) 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있지만 기술력·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미중 갈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제품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입 통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선단 기술에선 여전히 한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무조건 관세를 때리기 보단 이를 수단으로 '반도체 현지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바이든 행정부 때) 단 10센트도 반도체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었다"며 "관세를 높이면 외국 기업은 알아서 미국으로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내가 계약을 검토하기 전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은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관세'와 '보조금'이라는 카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았지만 '추가 투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이 관세·보조금이라는 국가 차원의 무기를 들고 나온 만큼 우리 정부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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