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을 쫙 펴보자. 맞다! 가운뎃손가락(중지)이 제일 길다. 그렇다면 당신의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 집게손가락과 약손가락(약지)은 어느 것이 더 긴가? 나는 약손가락이 집게손가락보다 길지만 어떤 이는 분명 집게손가락이 약손가락보다 더 길다. 손가락 길이부터 다르니 '남이 나와 같아지길 바라지 마라'고 하는 것이리라.
손톱은 당신의 건강거울이다! 한 손톱을 다른 손톱 끝으로 꽉 눌러보면 곧 하얗게 변한다. 손톱 밑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에 피가 흐르지 못하는 탓이다. 눌렀던 손톱을 떼어보면 순식간에 분홍색으로 바뀐다. 건강한 사람의 손톱은 매끈하며 부드럽고 반들거리고 발그레한 것이 참 곱다. 그런데 이 고운 손발톱을 지저분한 곰팡이(무좀균)까지 공격한다.
'자식들을 손톱 발톱이 젖혀지도록 벌어 먹인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일하지 않고 놀다 보면 손톱이 빨리 길고 손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닳아 빠져버리니 숫제 깎을 손톱이 없다.
그런데 손발톱은 왜 있는 것일까. 딱딱한 사각형의 손톱 판(조갑·爪甲) 끝이 떠받치고 버텨줘서, 또 손톱이 알맞게 자라있어 물건을 붙잡고 가시나 손톱 거스러미를 잡아뗀다. 그리고 손톱은 힘이 약한 사람에겐 중요한 방어와 공격무기가 되니 손톱은 정녕 멋으로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손톱깎이(nail clippers)는 위대한 발명품이다! "밤에 손톱 깎으면 엄마 죽는다"는 꾸지람을 듣던 그때 그 어린 시절에 손톱깎이가 어디 있었나. 어둑한 등잔 밑에서 고작 한물간 가위나 날카로운 사금파리로 손발톱을 깎다 보면 생살을 베기 십상이었다,
또 '손톱이 길면 몸이 게으르고 머리(털)가 길면 마음이 게으르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 때 조회시간에 들어가 '손톱이 길면 몸이 게으르고' 노래하듯 흥얼거리면서 가장 잘 자란다는 가운뎃손가락 손톱 하나만 싹둑싹둑 맨 끝을 잘라버린다. 참 미안하다. 그래서 '티처스 아 킬러스'(teachers are killers)라 하는 것이리라.
케라틴(keratin) 단백질이 굳어진 반투명한 손톱 자체엔 신경이 없으며 잘 썩지 않고 불에 태우면 심한 노린내가 난다. 그런데 손톱의 아래 뿌리 쪽(조근·爪根, 조모·爪母)의 일부는 흰색이다.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 하얀 부분 말이다. 그것을 속손톱, 손톱반달, 조반월(爪半月)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째서 속손톱은 뽀얗게 보이는 것일까.
다 자란 손톱은(두께가 남자는 0.6㎜, 여자는 0.5㎜임) 밑바닥에 흐르는 피가 비쳐 분홍인데 속손톱은 다 자란 손톱에 비해 두께가 3배나 돼 피가 비쳐 보이지 않아 희다고 한다.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대부분 갈고리발톱(claw)을 가졌고 오직 영장류만이 손발톱(nail)이 있다.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던 그날은 온데간데없고 세상 여자들이 손발톱을 숨 못 쉬게 하는 에나멜(enamel)을 발라 광택을 내고 색칠하고 가짜손톱까지 붙여 손톱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손톱이 자라는 속도는 하루에 약 0.1㎜고 발톱보다 빠르다. 그리고 자람의 빠르기는 나이(늙으면 느림) 성(남자가 빠름) 계절(봄·여름이 빠름) 운동(운동하면 더 잘 자람) 영양과 유전적인 소질들이 결정하는데 평균해서 손톱 하나가 완전히 돋아나는 데는 3~6개월, 발톱은 12~18개월이 걸린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손발톱이나 머리카락이 자란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낙명(落命) 뒤 시체에서 두루 물이 빠지면서 굳어져 길어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 한다.
또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고 한다. 손톱이 발톱보다 빨리 자란다는 데서, 또 세상에는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훨씬 많음을 비유한 말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