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책?…지구공학, 기대와 논란 사이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5.07.19 07:15

[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22>지구공학, 기대와 논란 사이

지구공학(geoengineering), 또는 기후 엔지니어링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들린다. 이는 기술을 이용해 기후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의 기상 패턴에 개입하는 행위이며, 인접 지역에도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공학, 기후변화 대응 대안?

자연에 대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유전자 조작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기후공학에 불안감을 느낀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자연, 특히 가장 복잡하고 강력한 자연의 힘을 우리의 통제 너머에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묘한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한때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자연의 일부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우리가 늘 익숙하게 여겨왔던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이 변화는 불안하게 느껴지며, 자연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은 당연히 두려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을 돌아보면, 기술과 삶의 질 향상은 언제나 자연환경을 활용해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킨 것과 직결돼 왔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필요, 더 많은 여가 시간에 대한 필요, 더 많은 식량과 에너지에 대한 필요 말이다. 지구공학의 적용은 비록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오늘날 세계 여러 지역은 이례적인 기상 패턴과 재난적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현재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을 고려할 때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좋든 싫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환경에 대한 대규모 개입을 하는 지구공학에 의존하는 것이다. 전자가 분명 더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언젠가는 후자의 방법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게 될지 모른다.

이 두 번째 선택지인 지구공학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바로 탄소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와 태양복사조절(SRM, Solar Radiation Modification)이다. 두 방식 모두 반드시 고도의 기술이나 과도한 개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CDR은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도 실현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는 50년 동안 대략 1미터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치가 고정된 건 아니다. 나무는 성장하거나 따뜻한 기후에 위치할수록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반대로 성숙기에 접어들거나 추운 지역에 있을 경우에는 그 양이 줄어든다. 반면, 선진국에 거주하는 개인은 연간 약 1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 수치는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일부 기업들은 나무 심기를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이들은 나무를 심고, 제3의 독립된 기관으로부터 이 나무들이 실제로 흡수한 탄소량을 검증 받은 후, 이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을 판매한다. 이 배출권은 배출량을 직접 줄이는 게 아니라 배출권을 사 상쇄하려는 조직들이 구매한다. 현재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관할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대기 자체는 전 지구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글로벌 탄소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2024년 유럽연합(EU)에서 탄소배출권 1톤당 평균 가격은 약 70달러였다.

조금 더 인공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연 친화적인 탄소제거 방법으로는 바이오매스를 자연스럽게 썩게 두는 대신 최대한 많은 바이오차(biochar)로 전환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바이오매스가 자연적으로 분해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즉, 죽은 식물을 그냥 썩게 두면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 때문에, 이를 수집한 뒤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통제된 조건하에 열분해(pyrolysis) 과정을 통해 태우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바이오차는 우리가 바비큐용 숯으로 사용하는 목탄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를 땅에 묻으면 토양 비옥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탄소가 수천 년 동안 지하에 안전하게 저장된다. 이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죽은 바이오매스를 수거하고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의 효율적인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고도화된 접근 방식으로는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이 있다. 이는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대형 시설을 건설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거대한 규모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가정용 공기청정기와 비슷한 원리지만, 야외에서 산업용 규모로 작동한다. 난점은 가정용 공기청정기처럼 이 기술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에너지원이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이라면,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포집한 양을 상쇄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스위스와 아이슬란드 등지에서 운영 중이며, 작동 가능성은 입증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규모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기포집 시설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구축돼야 하며, 이는 에너지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세계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제 논의는 탄소 제거(CDR) 방식 중 아마도 가장 두려움을 자아내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바로 해양을 변화시키는 방식인데, 이는 한 번 바뀌면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고 그 결과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양은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으로, 나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전 세계는 매년 약 400억 톤(4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60억 톤은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다. 반면, 해양은 약 3만800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매년 약 10기가톤을 새로 흡수한다. 여기서 제안되는 아이디어는 해양 비료화(ocean fertilisation)를 통해 해양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인위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는 가장 단순하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는, 철분이 부족한 해역에 철을 뿌리는 것이다. 바다의 많은 지역에서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영양분 부족으로 잘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해역에 철분을 공급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시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엉뚱한 비유일 수 있지만, 어항이나 작은 정원 연못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 번식한 조류(algae)를 통제하거나 제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조류의 일종이다. 이것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바닷물의 화학 조성이나 산소 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새로운 지역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번식하면, 해양 먹이사슬이나 물고기·조류의 이동 경로를 변화시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부정적인 지구공학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탄소 포집 방식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기후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즉 태양복사조절(SRM)을 통해 접근해 보면 어떨까? 기후공학자들이 이 분야에서 어떤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을지 살펴보자.

SRM 방식은 햇빛을 반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반적으로 더 인위적이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접근법에 속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해 화산 폭발이 가져오는 냉각 효과를 모방하거나, 해양 상공의 구름을 밝게 만들어 더 많은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게 하거나, 고도 높은 권운(cirrus clouds)을 얇게 만들어 지구에서 열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들 방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이 있다. 이 방식의 기본 아이디어는 지표면에서 10~50km 상공의 대기 중에 아주 작은 반사성 입자(에어로졸)를 뿌려, 태양광 일부를 우주로 반사시켜 지구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SRM 방식은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지구가 더워지는 과정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작동한다.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는 태양빛은 통과시키지만, 지구에서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려는 열의 일부를 가두어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SAI의 개념은 화산 분화에서 착안됐다. 예를 들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분화는 20세기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였으며, 수백만 톤의 이산화황 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황산염 에어로졸을 형성했고, 이로 인해 태양광이 반사돼 지구의 기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 효과는 1~2년 동안 지구의 온도를 약 0.5°C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역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의도치 않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기후 패턴의 변화, 생태계나 농업에의 피해, 기근 위험 지역에서의 작황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해양 구름의 반사력을 강화(Marine Cloud Brightening)하는 방식은 SRM 기후공학 기술 중 하나로, 특히 바다 위에 형성된 저층 해양 구름의 밝기를 인위적으로 높여 더 많은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시킴으로써 지구의 기온을 낮추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 방식은 구름을 더 밝고 반사력 있게 만들어 지구가 흡수하는 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 기법은 '투메이 효과(Twomey effect)'라는 자연 현상을 모방한 것으로, 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많아질수록 구름 속 물방울이 작고 많아져 태양빛을 더 효과적으로 산란 및 반사하게 된다는 원리다. 이 방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소금 입자를 공중에 뿌리는 방식이 제안된다.

공기 중에 입자를 주입하는 이 두 가지 방식(SAI와 해양 구름의 반사력 강화)은 태양빛이 지표에 도달하기 전에 반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세 번째 방식은 온실효과 그 자체를 겨냥해, 반사된 태양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권운은 고도 약 6~13km 상공에 떠 있는 고층운이다. 여객기가 일반적으로 순항하는 고도가 9~13km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높이가 가늠된다. 권운은 내가 영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름이기도 하다. 맑은 하늘과 좋은 날씨를 떠올리게 하며, 지상에서 보면 가느다란 흰 머리카락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움은 교묘하게 지구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권운은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형성되기 때문에 이 구름 속의 수증기는 낮은 기온으로 인해 얼음 입자가 된다. 이들은 태양빛을 차단하는 능력은 약하지만,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구름보다 지구에서 빠져나가려는 열을 더 효과적으로 가둔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따뜻해 질수록 권운이 더 많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열이 갇히며, 그 결과 지구가 더욱 더워지고, 다시 더 많은 권운이 생기는 자기 강화적 순환(self-reinforcing cycle)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권운을 줄이기 위한 접근은, 해양 구름의 반사력을 강화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이 경우에는, 비스머스 트리-요오드화물(bismuth tri-iodide)과 같은 화학 물질을 공중에 분사해 권운의 밀도를 줄이고,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이 더 많이 우주로 빠져나가도록 할 수 있다.

현재까지 기후를 실제로 변화시킬 정도의 규모로 지구공학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국가는 없다. 대부분의 시도는 기술적·윤리적·정치적 난제로 인해 탐색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모로코, 태국, 미국,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단기간 동안 지구공학 기술을 이용해 날씨에 영향을 준 사례는 존재한다. 이는 주로 과학적 실험의 일환이거나, 가뭄 지역에서 강우를 유도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이뤄졌다. 지구공학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이 이를 승인하도록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날씨 패턴을 바꾸는 대규모 개입은 결코 한 국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 인접한 지역 전체, 심하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국제 협약 체계는 기후공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2010년 채택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은 미국을 제외한 193개국이 비준했으며, 대규모 기후공학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23년에는 기후변화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한 환경장관회의에서, SRM 방식을 포함한 태양 기후공학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 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기후공학이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단, 기후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악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들을 기후변화라는 전쟁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 개발하고 정교화해 나가는 일은 여전히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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