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억 7500만 달러(약 2667억 원)를 투입해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 주주에 올랐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다가올 미래 정밀 의료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포석을 깔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2010년 메드텍(의료기술)을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이래 2011년 삼성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2024년 프랑스 소니오, 2025년 미국 젤스를 거머쥐었다. 이번 투자는 15년 넘게 준비해 온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이종 산업 간 시너지다. 엘리먼트는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를 99.99%의 정확도로 읽어내며, DNA와 RNA, 단백질, 나아가 세포의 변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시에 추적하는 혁신적 생명공학 기술(멀티오믹스)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에 삼성전자의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역량이 결합한다면 유전체 데이터의 분석 속도와 정확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삼성이 그리는 'DNA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의 구축으로 이어진다. 매일 차고 다니는 갤럭시 워치와 갤럭시 링이 수집하는 수면, 심박수, 운동 등의 일상적 생체 데이터가 정밀한 유전체 분석 결과와 하나로 융합되고, 이를 통해 일상에서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내 손목 위의 주치의'가 탄생하는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사람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신성장동력 확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며 동시에 초일류 모바일 제조사를 넘어 AI와 바이오를 아우르는 '초연결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글로벌 IT 산업의 전장은 단순히 더 빠르고 편리한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가 한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넘어 인류의 '맞춤형 생명 연장'을 이끄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