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주식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대표지수인 코스피는 약 43년만에 5000시대에 도달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4000선 돌파 후 3개월 만에 5000선에 도달했다. 역대 최단기간에 1000포인트가 올랐다. 최근 코스닥지수는 4년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증권부장을 맡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 "얼마나 더 오를 것 같냐" "어떤 분야가 유망해 보이느냐" 이런 질문에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 리 없다. 거의 매일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 이미 주변엔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넘쳐난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지만 이젠 자신의 수익률을 인증하는 게 유행처럼 퍼졌다. 주식이 없는 사람, 하락에 베팅해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단기 급등한 우리 주식시장엔 '극도의 탐욕'과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기묘하게 공존한다. 소외될지 모를 공포의 기저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도사리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예탁금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0조원에 육박한다. 수급을 놓고 보면 우리 증시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급등장에 올라타지 못한 투자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후회와 반성이다. 이런 감정이 만들어낸 조급함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상승장에선 리스크(위험)를 보지 않고 수익률에 집중하기 십상이다. 과도하게 몰리는 투자금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럴수록 이성보단 감성이 판단을 지배한다. 불안감은 기업의 실적이나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는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이번 한국증시의 상승국면을 단순한 버블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단순한 제조기업으로 평가받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이 세상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고 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로봇, 방산기업이나 AI반도체 소재기업등도 산업의 핵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이오기업들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신약기술을 기술수출 하며 점차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효과를 보고 있단 평가다. 일시적인 부양책이 아니라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단 정책의지가 시장의 신뢰를 얻은 셈이다. 이런 상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한국 증시를 리레이팅(재평가)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를 리레이팅의 대상과 범주다. 지수는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진짜 리레이팅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섞여 주가가 상승하는 상태에서 시장이 흔들리면 실체가 없는 기업의 거품부터 빠지게 된다. 증시가 급등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리스크를 외면한 투자를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영원히 상승만 하는 증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기간의 급등엔 필연적으로 주가조정국면을 낳게 된다. 냉정하지 않은 투자였다면 조정국면을 버텨낼 수 없다. 포모로 진입한 투자자는 하락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무너진다. 모두가 흥분해 투자한다고 달려들었을때 이후에 오는 후폭풍은 더 치명적이다.
주식시장이 꿈에 투자하는 시장인 것은 맞지만 지나친 기대는 일장춘몽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미래를 분석하는 것이 달콤한 꿈이 '악몽'으로 바뀌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은 이미 오랜 경험칙으로 증명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