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소유보다 운영 가치 커졌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2026.02.26 04:00

한 중견 부동산 투자자가 최근 신규 오피스 빌딩 매입 검토를 중단했다. 입지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가격이 과도하게 높았던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건물을 어떻게 채우고 누가 책임지고 굴릴 것인가.'

과거에는 좋은 입지에 건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건물의 물리적 조건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실제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공간 활용안이 더 중요해졌다. 부동산 가치의 기준이 보유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이동중이다.

부동산은 오랫동안 가장 직관적인 자산 개념이었다.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장기 보유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은 건물보다 빠르게 변한다. 산업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기업 전략은 짧은 주기로 수정된다.

이 변화 속에서 '한 번 지으면 오래 사용한다'는 공간 개념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 건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성과는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국토교통부 '전국 건축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건축물의 44.4%가 사용승인 후 30년을 넘긴 노후 건축물이다. 노후화가 누적될수록 '새로 짓는 경쟁'보다 '기존 자산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성과를 가른다.

특히 기업 수요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피스에서 그 차이가 더 빠르게 드러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공사비지수는 3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장기 공사 기간, 금리 부담, 공실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오피스는 더 이상 안정적인 보유 자산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건물 보유자에게는 체계적인 자산 관리 전략이 사실상 필수가 됐다. 핵심은 소유권은 유지하되, 공실을 줄이고 임대수익을 안정화하면서 건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임차 마케팅과 유지보수 리스크는 전문 플랫폼에 맡기고, 자산 성과는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했거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 시장에서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서초구의 한 신축 빌딩은 연면적이 기존 대비 세 배 이상 확대되면서, 준공 이후 상당한 공실 리스크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 건물은 준공 이후 임차인을 모집하는 기존 방식을 택하지 않고, 준공 이전 단계에서 공간 전략을 먼저 설계했다. 실제 수요와 효율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성해 불필요한 중복 공사를 줄이고 초기 공실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의 한 노후 빌딩 사례도 유사하다. 단순한 외관 개선이나 임대 조건 조정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건물은 설계와 대수선, 유지 체계를 하나의 전략으로 재구성했다. 수요 기반으로 공간을 재설계한 결과 공실률은 단기간에 2% 수준까지 낮아졌고 자산 평가는 도입 이전 대비 162% 상승했다.

기업들의 선택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피스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던 자본을 핵심 사업, 인재 확보, 기술 투자로 전환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오피스를 더 이상 '고정 비용'이 아닌 경영 전략에 따라 조정 가능한 변수로 인식한다.

부동산의 물리적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성과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보유 여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쓰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앞으로 자산의 가치는 입지나 면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실제 수요와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되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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