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그동안 대규모 개발과 환경 보존이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33.9㎞의 방조제가 갯벌의 숨구멍을 막았다는 비판과 함께 생태계 파괴 논란은 착공 이후 35년 동안 이어졌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정권마다 바뀌는 계획과 설익은 청사진만 난무했다. 2023년에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사회적 비용과 피로감은 국민의 몫이었다.
정체됐던 새만금의 시계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9조원 규모의 전격적인 투자 결정은 새만금의 존재 이유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정의했다. 실제로 새만금은 로봇·인공지능(AI)·수소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통해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7만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 회장을 향해 "국가와 국민이 함께 키워낸 현대차그룹, 정주영 회장님께서도 자랑스러워 하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정 회장의 조부이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사실상 주도한 국가개발 사업이다. 할아버지가 갯벌을 일궈 만든 땅 위에 손자가 미래 산업의 씨앗을 심는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현장에서 오간 덕담이 단순히 '립서비스'로 끝나서는 안된다. 국가 균형 발전과 미래 먹거리 산업의 전략 거점 확보라는 가치는 국익 차원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수도권 집중으로 소외됐던 지방에 첨단 산업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다. 특히 로봇과 수소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시장의 경우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기술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2011년 삼성그룹은 새만금에 7조원대 투자를 약속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2016년 결국 백지화한 전례가 있다. 기업과 정부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관련해 "규제와 행정 지원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의 갈등과 실패를 딛고 진정한 미래 산업의 메카로 새만금을 완성하기 위해 정부의 속도감 있는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