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워싱'이란 AI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AI를 핑계로 무엇인가 명분을 만들어 행동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AI가 있는 척하는 가전제품이나 서비스, AI를 가진 척하는 기업에서, AI를 하는 척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 중에 AI를 구실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시간 고통과 공포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 미국 시애틀에 머문 적이 있었다. 당시 아마존에서 3만 명이 넘는 임직원들을 구조 조정했었는데 도시 자체가 우울 그 자체였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의 감원을 실행했다. 그 비용이 800억 달러 규모로 AI 인프라 투자에 투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메타는 이미 자신 기업의 임직원 2만 명을 감원했으며 올해도 전체 직원의 20%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 명분은 AI 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예전과 다르게 기업이 불가항력적 사안이거나 어려움에 빠진게 아니라 순수하게 AI 때문인 척, 핑계를 대고 있다. AI로 업무가 바뀌었고 AI 투자를 위한 준비라고 얘기한다. 사업은 호황인데도 AI 시대 적응으로 프레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아마존의 수장인 앤디 재시는 "AI와 에이전트 도입으로 업무방식이 바뀔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전체 기업 인력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모두 'AI 워싱'이다.
우리나라도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들이지 않고 기존에 10명의 직원이 필요하던 곳이 단 1명으로 줄어든 곳도 다반사이다. 조직 효율이나 업무 자동화, 비용 절감의 이유로 유사한 상황을 만들며 미국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AI를 들먹인다.지금 세상은 모두 다 "AI 때문이야"라고 같은 얘기를 하고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곳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이유가 AI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이로 인해 모든 개인과 기업, 국가 전반에 우리의 삶과 행동 방식을 바꿔 놓을 것이고 이 중심에는 AI가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우리 인류를 획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도구인 AI라는 날선 칼을 아무 곳에서나 휘두른다는 것이다.
AI워싱을 떠나 AI를 통한 오남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누군가를 비춰 허위 영상을 만들거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악용돼 막대한 피해를 주고 사람들을 생사를 가르는 전장에 사용되는 등 AI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점은 허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오남용보다 보이지 않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AI 워싱이다.
최근 일어나는 일자리 문제만 봐도 그렇다. 오픈 AI의 샘 앨트만은 일부 기업이 AI를 핑계로 본래 계획했던 해고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AI를 이유로 사람들이 비효율적이고, 잉여이며, 대치의 대상인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설정이다.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0%가 AI로 인력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AI가 사람들의 업무를 대체한 경우는 겨우 2%에 불과하다고 한다고 한다. 또한 2026년 초 NBER(전미경제조사국)이 글로벌 기업 경영진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90%가 AI 도입이 고용이나 노동 생산성(1인당 매출)에 아직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답했다. AI 파일럿 프로젝트 중 9% 정도가 실제 운영단계로 넘어가지도 못하며 인력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메울 만큼 AI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주식시장에는 'AI Layoff Trade'라는 용어가 있다. 인력 감축 기업의 성적이 월등해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과연 AI와 인력은 어떠한 연계관계가 있을까. 더구나 AI를 이유로 결과 우선주의에 빠져 해당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탁월한 사람들이 AI 워싱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