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7% 성장했다.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 0.9%를 크게 웃돈다. 이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2.0%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일등공신은 단연 슈퍼사이클에 올라 탄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실적이 코스피 6000 돌파를 넘어 경제성장률까지 견인한 것이다. 1분기 성장률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69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 1995억달러의 35%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작년 같은 기간 20%에서 15%포인트 상승해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걷어내면 경제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 CEO스코어가 내놓은 500대기업 실적 분석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은 양사가 61.6%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은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755%, 405% 증가했지만 다른 상당수 기업들은 중동전쟁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높아진다. 반도체는 수요·공급이 과잉과 부족을 반복하며 실적이 급격히 변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다른 IT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업체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센데, 최근에는 노사 이슈까지 불거져 불확실성을 더한다.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도체 우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 R&D(연구·개발)와 인재 육성,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가 필수다. 아울러 정부는 격차와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바이오와 AI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파에 힘쓸 때다. 경기가 하강해 정부지출의 역할이 커질 때를 예상하고 재정여력을 쌓아두는 대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