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임금자의 파업 도미노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6.05.04 11:30

[오동희의 사견(思見)] 초과이익은 누구의 몫인가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돌입한다. 18일 삼성전자 노조 2개 단체(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중 73.5%인 6만601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대한민국 최고 기업으로 꼽히던 삼성에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파업 도미노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그룹 내 시가총액 1·2위 기업이다. 이들의 파업은 삼성 내부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계에서는 오랫동안 '삼성이 하면 기준이 된다'는 인식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 진영에서도 "삼성전자도 올리는데 우리도 올리자"는 분위기 확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영업이익의 20% 수준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오는 21일 파업을 예고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약 300조 원(증권사 추정)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로 1인당 약 6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임금 인상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것이 삼성의 보상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호경기 때의 성과가 누구의 기여에 따른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여론은 냉정하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 약 70%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무리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반기업 정서라기보다 고임금 노동자의 추가 요구에 대한 사회적 반감의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국내 중위소득 대비 3~4배 수준에 달한다. 높은 보상을 요구하려면 그 성과가 과연 자신의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이익을 노동만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2023년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23년 이 부문은 약 15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300조원의 막대한 이익이 기대된다. 올 1분기에도 반도체만 53조원 가량의 이익이 났다. 이 기간 노동시간이나 근무 형태에 큰 변화는 없었다. 숙련도나 기술 역시 단기간에 급변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익의 증가는 메모리 가격 상승, AI 투자 확대, 경쟁사의 생산 전략에 따른 공급 부족 등 시장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주력하면서 범용D램 생산이 줄어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으니 삼성전자 초과이익에 따른 성과급 일부를 SK하이닉스에도 줘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실제로 2022년 23조 원이 넘는 이익을 냈던 DS 부문은 이듬해 약 15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노동의 양이나 시간에 큰 변화가 없는데 이익이 급증하거나 급감했다면 이를 단순히 노동만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의 이익은 노동뿐 아니라 자본·기술·시장 환경이 함께 만든 결과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장치 산업이다. 이익을 미래투자보다 분배에 집중할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 반도체의 투자는 20년전 1개 라인당 1조원 투자에서 10년전엔 10조원으로 늘고, 이제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성과급 논의는 단순히 '얼마를 더 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나누고 불황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성과급(OPI) 상한 폐지 요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상한을 없애려면 적자 발생 시의 책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과거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하이닉스처럼 노조의 협조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익이 날 때는 더 나누고, 손실이 날 때는 회사만 부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삼성 노조 사태는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이익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고 호황의 권리와 불황의 책임을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 하는 공생의 문제다.

성과급 제도 역시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전세계 어디에도 대한민국처럼 임금이 아닌 성과급 비율을 집단으로 정하거나 영업이익의 10%를 상시적·명시적으로 지급하는 사례는 드물다. 개인별 성과와 사업부 성과, 산업 사이클, 미래투자를 반영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반도체사이클 3~4년에 맞춰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도 좋은 대안이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체계가 전제될 때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

파업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생산라인을 멈추는 파업은 회사의 손실을 넘어 노동자 자신의 미래 수익 기반까지 갉아먹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2만 임직원 뿐만 아니라 500만 주주와 국민연금에 가입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표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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