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육학자가 두려워하는 것[청계광장/배상훈]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2026.05.19 02:00

과거 교육방식 한계, '파괴적 혁신' 요구
AI에 의존하면 사고밀도, 학습능력 저하
AI윤리·부작용 등 고려,교육 재설계해야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에 꼭 다녀야 하나요.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공부하고 공모전 포스터 디자인부터 진로 탐색까지 한다는 어느 대학생이 건넨 말이다. 세상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분석해 주는 AI를 경험하면서 대학에 다닐 필요가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물론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고서 초안 작성부터 발표 슬라이드와 이미지 제작까지 도와주는 AI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해준다고?"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혁신하지 못한다면, 대학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AI는 교수의 역할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물리학 교수는 동료들에게 "MIT의 괴짜 물리학자 월터 르윈 교수보다 더 재미있게, 더 잘 가르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소멸 대상"이라고 경고한다. AI 알고리즘이 르윈 교수의 강의 콘텐츠를 학생의 수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시대다. 과거의 교안과 수업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나아가 교수의 역할도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습 코치이자 평가자이며 멘토로 재정립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료 탐색과 요약, 분석의 상당 부분을 AI와 함께 수행한다. 교육 목표를 기억·이해·적용·분석·창조의 단계로 설명해 온 전통적인 학습 모델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묻게 된다. 이제 교육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평가 방식의 전환도 불가피하다. AI를 활용해 최신 정보를 탐색하고 검증하는 시대에 다섯 개 선택지 가운데 정답 하나를 찾는 평가는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AI가 과정 중심 평가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AI는 교육 전반에 '파괴적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문제는 충분한 준비와 성찰 없이 AI 받아들이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AI 시대 핵심 역량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AI를 활용해 과제와 프로젝트를 수행한 학생들은 마치 자신이 많이 아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단편적 정보만 축적된 채 체계적인 개념 형성이나 깊이 있는 사고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초지식 없이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빠르게 소비하는 학습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사고하기보다 AI에 끌려다니는 '표피적 학습'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학습 효능감은 높아질 수 있어도 사고의 밀도는 얕아지는 역설이다.

교육 현장에서 '신뢰의 위기'도 시작됐다.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보며 'AI가 대신 해준 것은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정보 검색과 요약, 회의록 작성까지 AI에 의존하면서 손으로 메모하고 사유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사고의 외주화'로 편리함은 커졌지만, 발표자가 순간적으로 던지는 한마디와 회의장 반응을 기록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성찰의 순간'은 사라지고 있다. 지적 게으름에 빠질까 걱정된다.

AI가 불러온 교육혁신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어떤 학자는 "한 세기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혁신의 기회"라고 한다. 교육에서 AX(AI Transformation)의 핵심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다.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고 학생의 의미 있는 성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대학과 학교의 존재 의의, 교육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시적으로는 수업과 평가 혁신, AI 윤리, 새로운 학습 격차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한 교육 재설계를 시작할 때다. AI에 대한 피상적 기대와 기술 낙관론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방식과 학습 태도를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은 무엇인지, 새로운 기술 체제에서 교사와 학생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교육적 논의가 시급하다. 교육자, 연구자, 정책가들이 모여 제대로 된 'AI 임팩트 보고서'부터 쓸 때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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