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호황의 비용

[우보세] 호황의 비용

민동훈 기자
2026.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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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코스피가 6%대 급등하며 9000선을 탈환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6.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코스피가 6%대 급등하며 9000선을 탈환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6.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착각하지 말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고 해서 우리 모두의 삶이 부유해진 건 아니다. 누군가는 막대한 성과급과 주식 대박에 환호하지만 더 많은 이들의 월급은 제자리다. 물가와 전월세가 올랐고 청년층 일자리도 줄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나라 경제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을지 모른다. 기회를 놓쳤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불안까지 겹치면 호황은 더 이상 희망의 언어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의 엄청난 이윤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한국 경제가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공급망으로 기회를 잡았다는 점은 엄청난 기회다. 문제는 '호황의 비용'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자동차와 가전제품 값도 모두 상승 압박을 받는다. 누군가는 반도체 값이 올라 돈을 벌지만 누군가는 더 비싼 완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D램(DRAM) 가격은 지난 1분기 최대 98% 올랐고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애플은 메모리·저장장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일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올렸다. 반도체 가격 급등은 반도체 제조기업 실적을 밀어 올리는 힘인 동시에 소비자 가격을 밀어 올리는 추동력이다. 호황이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지난 1년 반도체 호황에 박수쳤지만 이제 그 대가를 함께 치러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 장부에는 이익이 쌓여가는 데 반해 가계 장부에선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다. 월급이 조금 늘어나도 물가가 더 빨리 뛰면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 명목소득(세전)이 올라도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같은 고정 부담이 따라 올라간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늘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반도체 호황 앞에서 환희보다 두려움이 먼저"라고 고백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발표한 4755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는 정치적 셈법을 떠나 박수받을 일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막대한 이익을 제조 공장과 전력망, 용수 인프라 건설과 지역 일자리 창출로 되돌리는 일이어서다.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초거대 이윤의 일부를 새로운 생산능력과 지역 성장 기회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투자를 넘어 AI·로봇 시대의 부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

AI와 로봇혁명은 언젠가 막대한 부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반도체와 전력을 빨아들이고 공급 병목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동안 서민의 지갑은 빠르게 얇아질 수 있다. 집권 2년 차 '모두의 성장'을 화두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간극이다. "나라는 잘 나가는데, 내 삶은 왜 더 팍팍한가"라는 물음에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함께 치러야 할 '호황의 비용'이다.

민동훈 머니투데이 정치부 차장
민동훈 머니투데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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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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