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시대, 진짜 승부는 활용에 달렸다[청계광장/이식]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2026.07.09 02:00

양자컴퓨터기업 나스닥에 잇단 상장
미국, 용량 확대보다 문제 해결에 중점
도입보다 활용 위한 생태계 조성해야

미국 나스닥에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 6월 퀀티누엄에 이어 7월에는 핀란드의 IQM도 상장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순수 양자컴퓨터 기업은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 한동안 인공지능(AI)에 집중됐던 자본시장의 관심이 양자컴퓨터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6월 23일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8년까지 세계 최초의 과학 연구용 오류내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과학과 산업의 문제 해결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퀀텀 제네시스(Quantum Genesis)'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양자컴퓨터의 큰 문제는 오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작은 잡음에도 계산 결과가 쉽게 바뀌고, 한 개의 안정적인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 오류내성 양자컴퓨터는 양자 기술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은 2028년이란 구체적인 목표를 통해 기술적 자신감과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계획이 양자컴퓨터 개발 자체보다 이를 활용해 과학과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부 다리오 길(Dario Gil) 과학 담당 차관은 퀀텀 제네시스의 핵심은 첨단 컴퓨팅으로 과학과 공학의 수행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동안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쟁에서는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구현했는가'와 '누가 양자우월성을 보였나' 같은 상징적인 성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관심은 큐비트 수나 양자우월성 증명보다 실제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있다. 신약 개발, 신소재 탐색, 핵융합 플라즈마 시뮬레이션처럼 기존 슈퍼컴퓨터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퀀텀 제네시스 이니셔티브는 세 가지 핵심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경쟁을 통해 수백 개 수준의 논리 큐비트를 갖춘 오류내성 시스템을 개발한다. 단순한 큐비트 수 경쟁이 아니라 오류율, 시스템 안정성, 과학적 활용성, 응용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둘째, 국립 양자컴퓨팅 사용자 시설을 구축해 연구자들이 초전도·이온트랩·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 및 인공지능이 연계된 통합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 셋째,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양자컴퓨터의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발굴한다. 결국 퀀텀 제네시스의 목표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과학과 산업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퀀텀 제네시스 이니셔티브는 양자컴퓨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선언일까? 그보다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양자컴퓨터가 하나의 과학 인프라로 융합돼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되는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우리나라 역시 시대적 흐름에 맞는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과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개발이 이미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초전도 방식에 이어 이온트랩 방식의 양자컴퓨터도 국내 설치를 앞두고 있다. 나아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을 중심으로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환경 구축도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양자컴퓨터를 만들거나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잇단 상장은 자본시장이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연구와 산업 현장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물론 연구계와 산업계 모두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과학 연구 방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양자컴퓨터 시대의 승패는 누가 먼저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식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사진=KISTI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