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대통령'의 조건[투데이窓/김중식]

김중식 시인
2026.07.22 02:00

2002 월드컵은 외교력과 기업의 합작품
축협회장 첫째 조건은 월드컵 유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축구하게 만들어야

"우리 국민들은 저보다 축구를 더 잘 알아요."

이강인 선수는 우리 축구대표팀 공식파트너인 KT의 광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5천만 국민 전부가 축구 전문가인 나라"라는 것이다. 실로 대학 입시와 정치, 그리고 축구에 관해서라면 박사급 국민이 즐비한 대한민국이다.

K-축구혁신위원회가 국가로 치면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5천만 명 축구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장기판 훈수를 두고 싶지 않으랴. 최고 관심사는 차기 축구협회장 선출이다.

'축구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외교력이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을 유치해야 우승 가능성이 있다. 1930~2026년 23회 중 개최국 우승이 6번이다. 준우승 2번, 3위 2번, 4위 2번이다. 개최국은 12번에 걸쳐 최소 4강에 올랐다.

월드컵 유치는 정치적 상상력과 기업가정신의 합작품이다. 정몽준(MJ) 전 축구협회장(FIFA 부회장)은 일본을 지지하던 FIFA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방식으로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따냈다. 'FIFA 권력투쟁' 또는 '차기 대권을 내다본 세력전'을 통해 비주류였던 국가들을 우리편으로 묶어낸 것이었다.

'홈 어드밴티지'는 분명히 있다. "FIFA는 바보가 아니다"(이영표 KBS 해설위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죽은 선수도 되살려냈다. 2002년의 일이다. 한국의 16강 진출 후 몇몇 기자가 MJ를 따라붙었다. 그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라면서 "See you in Yokohama"라고 말했다. 요코하마는 결승전이 열리는 도시였다. 설마 한국팀이?

축구는 한 골로 승부가 갈린다. 올해도 단 한 번의 선택적 오심, 딱 한 번의 VAR 판독으로 승패가 바뀌는 경기들이 있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축구판은 민족주의와 상업주의가 판치는 국제정치판이다. 축구외교란 "적어도 우리팀이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게 하는 것"이다. 10여년 전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그렇게 말했다. 필자가 주이란한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최고위 선출직(집행위원이나 부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우군을 모으기 위해 이란을 찾았다. 그는 우리 축구인이 국제축구계 핵심요직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우리 축구에 도움된다고 보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외교 패권국가인 사우디에서 열린다. 2030 월드컵은 아직도 2002년의 패배를 억울해하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열린다. 벌써부터 '쎄한' 느낌은 기분 탓일까. 홈에선 어드밴티지를 누리되, 어웨이 경기에선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외교력이 절실하다.

축구 대통령의 두 번째 조건은 정치력이다.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내야 한다. 남아공과 카타르는 월드컵을 개최하고도 첫 라운드에서 탈락한 '유이'한 국가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줘도 실력이 모자라면 어쩔 수가 없다. 실력 양성의 출발점은 닫힌 교문을 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학교 운동장을 허하라! 안전 제일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안전뿐이랴. '몸 튼튼 마음 튼튼'이야말로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이자 안전의 핵심이어야 한다. 안전사고에 대한 학교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소음으로 여기는 민원을 막아줄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축구 대통령은 우리 축구의 철학과 비전, 전략과 로드맵 등 우리 축구인들의 '새판짜기'를 든든히 지원했으면 한다. 그 기준에 맞춰 감독을 선임하면 5대 0으로 지더라도 그 감독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운동장을 열라. 운동장을 기울지 않게 만들라. 장차 우리 선수들이 운동장을 지배할 것이다. 축구외교와 축구정치라는 양날개가 있어야 호랑이가 비호(飛虎)가 된다. 2050년엔 북한 비핵화가 완성된 기념으로 남북 공동개최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 또는 남북단일팀이 우승하기를 기도한다.

김중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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