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준공하기로 한 345kV 핵심 송전망 사업의 70% 이상이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송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대용량 전력을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단지로 보내는 국가 핵심 기간망이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전력망 확충에 나섰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현재 공급 전력만으로 턱없이 부족해 15~16GW 안팎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확보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여기에 송전망 문제까지 겹친 셈이다. 공사기간이 통상 2~4년이어서 계획대로 준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한다. 삼성전자 용인 팹 1호기 가동 목표가 2029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황이 간단치 않다.
송전망 건설이 지지부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 대규모 산업단지에 전력을 대려면 지방에서 선로를 끌어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 왔다. 하남시가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에 제동을 건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단까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으나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이 충분한지부터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고 해도 송전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호남 지역도 정부가 송전탑 대신 지중화까지 꺼낼 만큼 송전망 사업의 진척이 더디다는 점이다.
주민 반발을 무작정 님비로만 몰아붙일 수는 없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은 토지 이용 제약, 개발 제한 같은 부담을 떠안는다. 그렇다고 국가의 주요 인프라 건설이 몇 년씩 표류해서도 안 된다.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주민들을 더 세심하게 설득하고 보상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허가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송전망이 한 번 늦어지면 발전소와 산단, 데이터센터의 준공 시점까지 밀리게 된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 일정을 잡기 어렵다. 사업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이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반도체와 AI 전략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책임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