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 경쟁력 위해 용산녹지 보존해야

머니투데이
2026.08.19 04:05
(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 용산공원이 정부 주택 공급안의 핵심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찬반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시와 용산구 등은 역사·환경적 가치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8.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정부가 8·13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용산어린이정원 부지 활용을 위한 여론조사 검토에 착수했다. 민간 투자 수요를 점검하고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겠다는 취지겠으나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려는 수순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100년을 내다봐야 할 국가공원의 성격을 흔드는 것은 신중치 못한 접근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는 도심 팽창과 주택난 속에서 '도심의 허파'를 지켜낸 혜안 덕분에 두 도시를 세계 최고의 메가시티로 만든 핵심 자산이 됐다. 150년 역사의 도쿄 우에노 공원은 도쿄국립박물관과 국립서양미술관 등 4대 문화시설을 품고 도시 경쟁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용산은 1882년 청나라 군대 주둔을 시작으로 일제 군용지와 미군기지로 이어진 120여 년 외세 점유의 역사를 끝내고 우리 품으로 돌아온 유서 깊은 땅이다. 2007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이래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대원칙은 이들 세계적 명소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국가 상징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서울은 컨설팅사 커니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에서 12위, 미래 성장 잠재력을 보는 '글로벌 도시 전망(GCO)'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 두 지표가 함께 보여주는 것은 일류 도시의 경쟁력이 빽빽한 아파트 숲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숨 쉴 수 있는 문화·녹지 인프라에 있다는 사실이다. 소형 임대주택 건립은 서울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공급 방식의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 수요는 임대주택으로 충당되지 않는다. 임대주택으로 집값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400여 곳에 달하는 정비구역 해제로 최대 40만 가구에 이르는 잠재 공급이 지연·축소됐던 구조적 문제에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찾아야 할 해법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인허가 속도 제고를 통해 노후 주거지를 고밀 복합 개발하는 정공법이어야 한다. 서울을 뉴욕, 런던, 도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명품 도시로 만들려면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을 본래의 입법 취지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문화 자산으로 가꿔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