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행의 나라

[우보세]대행의 나라

이정혁 기자
2026.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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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공공기관장 인사를 취재하다 보면 가장 자주 확인하는 게 '누가 오느냐'보다 '언제 정해지느냐'다. 공모가 끝난 뒤에도 후임이 나오지 않다 보니 재공모는 물론 재재공모까지 이어지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일상화한 기관이 적지 않아서다.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검찰총장도, 경찰청장도 없는 상태에서 대행과 간부가 조직을 대표해 이재명 대통령 앞에 섰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국가철도공단으로 내려가면 '대행'은 더 익숙하다. 사장실은 그대로 있고 회의도 예정대로 열리지만 굵직한 현안을 물으면 "새 사장이 오면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듣게 된다.

수장이 없다고 조직이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는 뜨고 열차는 달리지만 대규모 투자나 조직 개편처럼 책임의 무게가 큰 결정은 정식 사장이 올 때까지 한 박자씩 늦춰진다.

대행 체제의 특징은 '공백'보다 '대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임시로 조직을 맡은 경영진은 다음 사람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결론 내리지 못한 현안은 자연스럽게 다음 회의로 넘긴다.

대기가 길어질수록 조직은 먼저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책임져야 할 일은 계속 쌓이는데 최종 책임자는 없으니 현상을 유지하는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다.

이런 모습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서 강조해 온 '속도전'과도 거리가 있다. 현장에는 빠른 판단과 집행을 주문하면서 정작 그 책임을 질 수장을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정책 집행에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공공부문 전반에 쇄신과 개혁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도 장기 대행 체제는 그 기조와 결이 맞지 않는다. 조직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변화를 지휘할 수장이 없다면 개혁의 동력 역시 떨어진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장 교체의 상당수는 이미 예정된 일정이다. 임기 종료 시점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는 자리를 제때 채우지 못해 공모를 되풀이한다면 이를 단순히 적임자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대 2년 넘게 수장 공백이 이어진 곳도 있으나 왜 인선이 늦어지는지는 인사의 특성상 좀처럼 확인되지 않는다. 빈자리가 길어지는 만큼 세종 관가 안팎에서는 여권의 '보은 인사'가 얽혀 있다는 뒷말도 흘러나온다.

인선 지연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가 끝나도 주무부처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말만 반복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적재·적소·적시라는 인사 원칙에서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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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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