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가장 위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역대 대통령 순위표에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만이 '가장 위대하다'는 최고 평가를 받았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긴 대통령도 'Great(위대한)'로 자신보다 한 등급 아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에 어떻게 남고 싶은지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시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위대함'을 남기려는 시도는 백악관 안팎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백악관에 황금빛 대형 연회장을 세우는가 하면 워싱턴DC엔 황금색 천사와 독수리 조각상으로 장식한 76m 높이의 개선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와 공항, 항공모함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 이미 다른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공연장 케네디센터까지 '트럼프-케네디센터'로 개명을 시도했다.
한정판 여권과 1달러 기념 동전, 국립공원 입장권에도 자신의 얼굴을 새겨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가 "유산(레거시) 모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농담 반 진담 반 3연임에 미련을 보이던 트럼프가 마침내 퇴임한 뒤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도자에게 유산이란 권력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는 자산이다. 모든 지도자들은 무엇을 남길지를 고민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자신의 흔적 남기기에 집착한다면 그의 권력이 유한하다는 방증일 터다. 이미 레임덕 얘기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를 가리키고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인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색이 짙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가 남길 기념물만 주목해선 안 된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남을 진짜 유산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임기 동안 그가 써내려간 정치와 외교의 새로운 문법이다. 가치와 동맹에 기반한 기존의 국제 질서보다는 눈앞의 실리와 국익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거래주의 외교와 일방주의다. 국제사회가 수십 년 쌓아온 다자주의와 동맹의 원칙마저 협상의 지렛대가 되는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적잖은 이들이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길 기다릴 때가 아니다. 이른바 '트럼피즘'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의 두 번째 대선 승리로 이미 증명됐다. 트럼프 이후로도 남을 이 새로운 질서에 어떻게 대응하고 생존할 것인지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