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9월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이 날을 더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월별 자살 사망자 수가 지난 6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자살률은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기 때문이다. 2024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조자살률은 29.1명,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6.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0.8명 대비 2.4배에 달한다.
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기준 지난해 응급실에 방문한 자살 시도자 수는 2만8996명이다. 이 중 국가가 심리상담,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은 사람 비율은 49.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응급실에 방문하지 않은 자살 시도자 수를 감안하면 자살 시도자 관리 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시도자의 32.7%는 사후관리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됐다. 정부가 자동으로 개입할 수 있으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자살 예방의 최전선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해야 할 현장 인력은 늘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 제한된 인원과 예산으로 수많은 고위험군을 밀착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 상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과감한 추가 투자와 시스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살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다.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축적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립감은 개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주된 원인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사망 전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 갈등, 신체·정신건강 문제 등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요인을 복합적으로 경험했다.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낙오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키워주는 '회복탄력성 교육'은 공교육 체계 내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실행력이다. 법적·제도적 보완과 현장 투자를 아끼지 않는 끈질긴 실행력만이 20년 넘게 이어진 '자살 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슬을 끊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