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기, 사회적 해법의 필요성[MT시평/윤종석]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2026.09.30 04:00

이번 학기 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AI와 소프트웨어 활용을 가르친다. 새내기 티를 갓 벗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이 많다.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면 고민을 듣는다. 청년이 처음 맡아 경험을 쌓던 일이 줄고, 성장을 기다려주던 시간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AI를 배우라는 말에 앞서, 배운 것을 자신의 역량으로 키워갈 자리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올해 9월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한국인 76%는 향후 20년간 AI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호주와 함께 조사국 중 가장 높다. 일상 속 AI 사용 확대에는 61%가 기대와 우려를 비슷하게 느꼈다. 배움의 열기가 AI가 만들 미래에 대한 동의를 뜻하지는 않는 것이다.

AI를 배우라는 권유는 국민적 캠페인을 방불케 한다. 배움의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반갑다. 그러나 국가가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구호가 개인에게도 도태되지 않으려면 자신을 바꾸라는 명령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회가 함께 결정할 변화까지 개인이 감당할 생존 과제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런 고민 속에 송길영 작가의 대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AI가 '평균을 가져간다'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에 AI를 결합해 자신만의 업을 찾으라고 권한다. 조직의 이름에 기대기보다 자기 이름으로 일하고, 다른 주체와 협업하는 삶이다. 개인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살리자는 조언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학생들에게 전하려니 마음이 복잡하다. 관심과 역량도, 탐색할 시간과 실패를 견딜 자원도 저마다 다르다. 한 사람에게 유효한 전략을 모두의 해법으로 삼으면 '평균의 함정'에 빠진다.

청년에게 이 간극은 유독 가혹하다. 자기 삶의 주체가 되라고 거듭 교육받았지만, 정작 주체로 성장할 시간과 기회는 넉넉하지 않았다. 초보자의 업무는 선배의 판단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인데, 그 일을 AI가 대신한다면 숙련을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 사다리의 아랫단을 치워버린 채 청년에게 스스로 날아오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당장의 비용 절감이 미래의 숙련 부족으로 돌아온다면 기업에도 손실일 것이다.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 고민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이 고민을 청년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AI 연구자와 정책 전문가, 노동자와 기업인, 교사와 학생, 돌봄 종사자와 이용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을 자동화하고 어떤 관계와 경험을 지킬지, 기술로 절약한 시간과 늘어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삶의 현장에서 함께 결정할 문제다. 참여할 시간과 자원도 함께 마련할 일이다.

AI가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허나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기술 발전의 방향을 이끄는 데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모이면 좋겠다. 개인에게 주체가 되라고 말하는 일은 주체가 되어갈 조건을 마련하는 일과 이어져야 한다. 이왕 AI를 가르치고 배운다면, 개인의 적응을 넘어 학습과 전환, 숙련 형성을 함께 지원할 사회적 생태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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