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 예금의 이면, 커지는 대출이자 부담

머니투데이
2026.09.30 04:05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이 7억원을 넘어서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까지 영향을 받으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1년 전세 계약은 110건으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빌라, 주택, 아파트 등의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2026.9.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은행권에서 2년 3개월 만에 연 4%를 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 등장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기업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이 개인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린 결과다. 코스피가 6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조정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원금 손실 우려 없이 확정수익을 제시하는 예금이 투자처를 물색하는 대기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3일 기준 1012조원으로 전월 말보다 7조원 늘었다.

은행이 빠져나간 기업자금을 개인 정기예금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조달비용은 높아지고, 이는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속 올려 연 3%로 높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5%대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도 최근 연 4.655%까지 올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만기 AA- 회사채 금리도 4%대 후반까지 올랐다.

게다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웃도는 상황에서 예금과 대출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5월 연 4.45%에서 7월 4.64%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30%에서 4.76%로 올랐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고정·혼합형 주담대에 먼저 반영된다. 수신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코픽스에 반영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예금금리 상승은 여유자산이 있는 예금자에게 이자소득을 안겨준다. 반면 빚을 낸 가계와 기업은 늘어난 금융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기업의 차환 부담을 키워 투자 여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은행이 조달비용 상승을 이유로 예대금리차를 넓히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와 가산금리의 변동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예금금리 인상분이 대출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고금리 충격이 가계의 소비 위축과 기업의 자금난으로 번지지 않도록 취약차주와 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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