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CBETS, 위안화 국제화 승부수[china story/정유신]

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 겸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2026.11.04 02:00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반도체∙인공지능(AI)을 넘어 통화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지니어스법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는 반면,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로 달러 중심의 결제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출범한 국제결제 플랫폼 '수비다(數幣達·CBETS)'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망인 mBridge를 통해 달러 결제망을 거치지 않는 국가 간 결제를 추진해 왔다. 중국,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해온 이 시스템의 누적 거래액은 2025년 말 기준 4000억 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구조여서, 제도 조율과 네트워크 확장에는 제약이 따른다.

수비다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구축된 결제망이다. mBridge와 달리 해외 금융기관의 직접 참여와 국가 간 지급결제망 연결을 지원하며, 블록체인과 기존 금융시스템을 결합해 개인송금부터 무역결제, 투자·융자, 디지털자산 서비스까지 포괄한다.

참여 기반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6개 금융기관이 참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 말까지 39개 기관이 추가로 참여를 신청했다. 홍콩·라오스의 지급결제망과 연계했고 싱가포르에서도 결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호환성, 비교적 낮은 참여장벽, 빠르고 저렴한 국제결제 수요가 확산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제도적 진화도 향후 수비다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요인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상업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지갑 잔액을 예금부채로 인정하고 이자 지급과 예금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위안화가 현금 대체 수단을 넘어 은행예금의 성격까지 갖추면서 이용 유인이 높아졌고, 이는 수비다의 국제결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토큰증권이나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결합하면 자산과 대금을 동시에 주고받는 결제 인프라로 진화할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의 엄격한 RWA 규제를 고려하면 실제 활용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은 미국과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미국이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유통망을 확대한다면, 중국은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위안화와 국제결제 인프라를 결합해 위안화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달러의 지위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보다 신흥국과의 무역결제에서 달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현실적인 전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토큰증권 논의는 개별 제도 도입을 넘어 국제송금·무역금융과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결제를 연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디지털화폐 시대의 통화패권은 누가 새로운 화폐를 먼저 만드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거래와 금융서비스를 연결하는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비다는 이러한 경쟁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정유신 넥스체인지 대표(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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