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불공정 시대, CPTPP라는 방패

[우보세]불공정 시대, CPTPP라는 방패

세종=조규희 기자
2026.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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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의 공급망 재편 요구에 가장 충실히 부응한 모범생이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미국 땅에 생산 기지를 세웠다. 혈맹의 경제 안보에 기여하면 최소한의 안전판은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현실은 냉혹하다. 막대한 대미 투자 실적이 무색하게 통상 현안마다 관세 장벽과 보조금 축소 압박이 거세다. 투자는 투자대로 유치하고 무역 적자를 핑계로 관세 칼날은 그대로 들이댄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받는 공정 무역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 통상 질서는 철저히 힘의 논리와 자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정글이다.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 않다는게 정설이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하는 통상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체급 차이가 명확한 양자 협상에서 선의나 과거의 기여도만 믿다간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대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늘 수세에 몰리는 이유도 결국 대안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 다른 시장을 택하겠다고 맞받아칠 '플랜 B'가 없으니 협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되는 이유다.

양자 협상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링 위의 일대일 격투'라면 다자 무역협정은 규범과 우군을 확보하는 '집단 안보 체제'다.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이 포진한 CPTPP 가입은 단순히 수출 시장을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일방적인 통상 압박을 분산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확실한 다자주의 방패를 쥘 기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망 블록 안에서 대체 시장을 구축해 경제 영토를 넓혀두는 것 자체가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통상 주권을 지키는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다.

그간 국내에서 CPTPP 논의는 농수산물 개방 피해나 대일 무역적자 우려와 같은 프레임에 갇혀 공전을 거듭했다. 물론 취약 산업의 반발과 진통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비난이 있어도 해 놔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국익과 미래를 위한 결단에는 언제나 고충과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밖에서는 관세 폭탄과 투자 압박의 파도가 몰아치는데 안에서는 여전히 유불리 계산에만 매몰돼 있는 듯 보인다. 거친 통상 파고를 넘어설 구명정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밖의 불공정에는 CPTPP라는 결단으로 맞서고 그로 인한 내부의 진통은 이재명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설득, 그리고 공정으로 지켜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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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조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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