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역고가로 본 뉴요커와 서울라이트

김희정 기자
2015.01.30 05:03

"끊는 것보다는 걸을 수 있게 재생하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역고가 공원화사업 얘기다. 2006년 서울역고가가 안전도 D등급을 받은 이후 철거예정이었던 서울역고가 주변 17개 보행로와 연결된 공원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선 6기 핵심 공약임과 동시에 박 시장의 도시재생 1호 모델이다.

1977년 영국의 주빌리 워크웨이(Jubillee Walkway)를 비롯해 2002년 일본 요코하마 '개항의 길', 2003년 필라델피아 리딩 바이어덕트(Reading Viaduct)까지 도심의 낡은 공간을 보행 전용공간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은 해외도시들 사이에 수십년전부터 진행돼왔다.

뉴욕은 2009년 폐철로를 공원으로 재생시킨 하이라인파크의 성공에 힘입어 폐기된 지하 트롤리 터미널을 공원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2018년 완공될 로우라인파크는 태양광을 내부로 끌어들여 지하공간을 녹지화하는데, 녹지공간을 바라는 뉴요커 3300명이 15만달러를 기부했다.

완성 후 달라질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전에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서울라이트(seoulite)와는 차별화되는 행보다. 서울의 삶이 그만큼 정서적으로 팍팍하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아쉽지만 박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역고가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만 발표했다가 반대여론에 된통 당한 서울시는 29일 중단기 교통대책을 포함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반기를 들었던 남대문상인들도 끊겼던 남대문시장 버스노선이 부활하고 서울시티투어버스와 연계한다는 시의 대책에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 운행에 익숙한 대다수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비단 서울역 고가 뿐 아니라 보행전용공간을 늘리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지금이야말로 '경청 박사' 박원순의 노련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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