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찾다 좌절..."여보, 집 사버리자" 서울 집값 끌어올렸다

전셋집 찾다 좌절..."여보, 집 사버리자" 서울 집값 끌어올렸다

배규민 기자, 정혜윤 기자
2026.04.26 20:55

전셋값이 밀어올리는 서울 집값-②

서울 아파트 15억 이하 매매거래 비중 추이/그래픽=윤선정
서울 아파트 15억 이하 매매거래 비중 추이/그래픽=윤선정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갭투자 수요가 전셋값을 밀어올렸던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이번에는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가 매수로 이동하면서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전세 공급 부족과 임대차 불안이 지속될 경우 서울 전역은 물론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권 위성도시들의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시장의 매수 전환 흐름은 6억~10억원대 중저가 주택에서 시작된 후 인접한 가격대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세 품귀와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전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요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 아파트를 찾아 매수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수요가 가격 부담으로 관악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이 일부 구간에서는 실제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0대 초반 무주택자들이 전셋값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10억원 안팎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서울 중심부 진입이 어려운 수요가 경기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가 매수 전환 사례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것도 최근 부동산시장의 특징이다. 대출 규제로 인해 15억원이 넘는 가격대의 아파트로는 매수 수요의 이동이 제한되고 그 결과 매수 수요가 15억원 이하 구간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전통적으로 서울 집값 오름세를 주도하던 강남3구, 한강벨트 등 핵심지 대신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이 서울 전체 집값 강세를 주도하는 달라진 집값 상승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6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데 비해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4억원까지,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까지만 각각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는 최근 서울 집값 오름세에 대해 "이번 상승은 갭투자가 아니라 전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 이동이 핵심"이라며 "전셋값 상승이 매매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85.3%로 전월(81.5%)보다 3.8%포인트 증가했다. 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가격대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다.

이같은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 확대는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투자 수요보다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 구로, 강서, 성북, 은평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거래량이 많고 이들 지역의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99% 이상에 달한다.

시장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시장을 강남권 상승이 외곽으로 확산하는 '낙수효과'가 지배했다면 올해는 중저가에서 형성된 수요가 상위 가격대를 밀어 올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부족을 풀어내야만 집값 불안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전세시장은 인허가 감소와 착공 지연, 비아파트 공급 위축까지 겹치며 공급 기반이 약화한 상태다. 여기에 계약 갱신 증가로 시장에 다시 풀리는 전세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의 3월 전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2월에 이어 50%를 넘어섰다.

현재 시장은 전셋값 상승이 특정 가격대, 특히 15억원 전후 구간의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흐름이 전세 공급 회복 여부와 정책 변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공급이 회복되지 않으면 전세난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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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정혜윤 기자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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