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시는 '주객전도', 피해는 늘 수험생"

최민지 기자
2015.08.18 06:03

[피플]취임 1년 맞은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

남궁곤 입학처장. /사진제공=이화여대

'수험생 및 학부모만 주차 가능'. 이화여자대학교 입학처 건물 앞 표지판에 적힌 문구다.

입학처 정문 앞에는 차량 서너 대를 댈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곳은 원래 학교 관계자 외 외부인의 주차를 금지하기 위해 화분이나 장애물로 막아뒀었다. 올 들어서야 입학처를 방문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작은 변화는 취임 1주년을 맞은 남궁곤 입학처장의 입시정책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지난 13일 이화여대 입학처장실에서 만난 남궁 처장은 "우리나라 입시의 가장 큰 문제는 '주객(主客)'이 전도된다는 점"이라며 "지난 1년간 입시정책의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개혁을 추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입시제도가 여러 번 바뀌는 동안 학생이나 학부모가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대학은 대학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각자의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다보니 정작 학생은 혼란스러운 입시에 번번이 피해를 봅니다. 저는 수험생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 학교의 입시 정책을 홍보하는 한편, 취업난에 부딪힐 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이화여대의 학사구조를 20년만에 학부에서 학과 중심 체제로 개편하고 학과별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 '탄력정원제'를 도입하는 등 굵직한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 같은 변화로 이화여대 입학생은 2017학년도부터 학점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학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입학 홍보 측면에서는 지원자들을 위해 이화여대가 가진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노선을 택했다. 지난 1일 입학처 건물 1층에 개장한 '카페 이화로'에서는 고등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들이 언제든지 이화여대 입학사정관과 만날 수 있다.

남궁 처장은 "이화로를 찾은 방문객에겐 입시박람회, 고교 설명회에서 공표할 수 없었던 고급정보를 공개한다"며 "학생이 원한다면 학과별 추가합격자 수, 충원율, 합격자의 최저등급 등 기존 입학처에서 밝히지 않았던 수치도 알려준다"고 말했다.

카페 이화로 전경. /사진제공=이화여대<br>

"이화로 방문객은 하루 평균 31개팀 45명 꼴입니다. 학내 입학사정관이 총 14명이니 사정관별로 하루에 평균 2번씩 상담을 위해 시간을 내는 셈이죠. 사정관 선생님들께는 이화로를 찾은 학생을 위해 이화여대에 지원했던 타 대학 합격자의 성적도 공개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요새는 수시에 6번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결코 이대만의 자원이 아니거든요."

홍보 자료를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 낸 점도 고교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궁 처장은 "올해 처음 '킹스우먼', '업타운펑크' 등 이화여대 학생이 직접 제작한 패러디 동영상을 고교 설명회에서 틀었더니 금세 웃음바다가 되더라"며 "학교에서 수 천만원을 들여 제작한 동영상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교육부의 지원금이 줄어든 점은 남궁 처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화여대는 교육부가 각 대학 입학처 사업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6억5000만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지난해(15억2000만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라, 예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화여대는 예체능 계열 재학생이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기자 전형이 많은 것이 감점요소로 작용하는 이번 사업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죠. 이화여대는 입학사정관 인건비로만 8억~9억원을 지출하는 학교인 만큼, 교육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공교육 정상화 대학'의 기준이 무엇인지 고찰하는 한편 우리 대학 나름대로 공교육을 활성화 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려 합니다. 특히 교육부에 사업의 취지와 정의 등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이화여대가 갖고 있는 특성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전달할 겁니다. 다만 사정관 감축 계획은 없고 부족한 돈은 교비에서 충당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향에 따라 일부 입시 전형 요소도 개편할 예정이다. 특히 취업 수요가 적은 예체능 계열 일부 학과는 장기적으로 정원 조정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산업 수요와 수험생들의 구성 비율 등을 고려해 새로운 전공도 만들 계획이다.

"올해 이대 입시 중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학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원 중 40%인 33명을 서류만 보고 선발하도록 했는데요, 타 대학에선 이 같은 전형의 선례를 찾기 힘듭니다. 대부분 예체능 입시는 실기 평가에 치우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화여대 디자인학부는 '예술적 감성을 가진 사회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학생들을 뽑습니다. 반드시 작품활동을 하지 않더라고 자신이 가진 예술적 소양을 발휘해 취업할 학생을 뽑기 위해실기 비중을 대폭 줄인 겁니다. 향후엔 이 전형을 정원의 3분의 2 수준까지 늘릴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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