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옥 개소식에 동장·면장·프랑스대사가…왜?

정봄 기자
2015.09.02 05:59

[인터뷰]이수민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본부장

이수민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본부장.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지난해 2월 26일, 어느 개소식에 '지역인사'들이 초청돼 방문했다. 해당 지역의 반장과 통장, 동장…그리고 프랑스 대사였다. 자못 독특한 구성원. 이들이 한 곳에 모인 이유가 뭘까.

"지역본부니 그 지역에 어떻게든 뿌리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자리잡고 있는 지역의 반장, 통장, 동장들과 일단 친해져야 하지 않겠어요? 개소식에 프랑스 대사를 초대한 것은 인근에 대사관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대사관 측에서 초청 이유를 물으면 딱 한 마디만 하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고. 막상 '오겠는가'하는 생각은 있었지요. 감사하게도 방문해 주시더라구요. 몇몇 분들은 프랑스 대사와 제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줄로 생각하더라구요.(웃음)"

이수민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본부장(57)이 지난해 있었던 국민연금공단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 개소식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충정로 사옥 개소식에는 지역 인사의 자격으로 서대문구 지역의 반장, 통장, 동장과 사옥 뒤편에 위치한 프랑스대사관의 대사가 참석해 축하해줬다. 서울북부지역을 담당하는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이므로 지역주민에게 먼저 친근히 다가서고 봉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2011년 설날, 북부지역내 유족, 장애 연금 수급자를 방문해 사랑의 쌀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서대문구 홍은복지관이 선정한 우수자원봉사자로 북부본부가 지정되기도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죄송하다'는 메모와 함께 자살을 택한 세 모녀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우리 본부의 지역에서 발생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해당 지역에 국민연금이 있는데, 적어도 손이 닿는 한 우리 지역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 외에도 지역인재 살리기 및 교육기부 활동에 북부본부는 주목한다.

"서울 북부지역에 대학만 30여개 있습니다. 그 중 10여개의 대학에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대학간 커뮤니티나 대학들을 묶는 학회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사회복지제도를 이끌고 갈 친구들은 현 대학생들인데 아까운 인재들이 좁은 세상에 갇혀 있으면 안 되지 않겠어요."

이 본부장의 생각에서 출발한 '사회복지포럼'이 지난 5월 27일 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처음 열렸다. 연세대, 성균관대, 상명대 등 9개 대학 24명의 사회복지학과 대학생들이 이날 참여했다. 포럼에서는 사회복지학과 재학생들의 다양한 제도·서비스 개선 방안을 도출해내고 추천 교수의 피드백을 받아 최종적으로 정책 및 현장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연금 제도를 포함해 사회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전제돼야 할 조건은 세대간의 연대입니다. 미래세대와 현 세대와의 갈등이 최근 청년취업 문제와 공무원연금개혁 및 소득대체율 문제 등으로 촉발된 것 같아요. '세대전쟁'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미래세대에게 진로교육 및 멘토링을 제공해 직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세대간 갈등 해소에 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래세대가 행복해야 국민연금의 미래도 밝다는 생각이었다. 북부본부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에 주목을 하고 지난 5월에는 동구마케팅고등학교와 함께 '희망진로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희망진로 페스티벌에서는 특성화고 학생 진로역량 강화를 위한 '희망진로특강'과 '착한콘서트'가 진행됐다. 진로특강은 △소중한 내 월급, 처음부터 똑소리 나게 △면접 전 알아야 할 모든 것 △사회 초년생 자신감과 도전 의식 등의 주제로 진행됐으며, 착한콘서트는 가수 김그림의 공연을 시작으로 아이돌 써스포 공연, 동구마케팅고 교사 공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콘서트장을 빛냈다.

"국민연금에 대해 미래세대들이 불안을 갖고 있으면 가입이나 보험 납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신뢰감을 부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세대통합, 세대통합 강조해도 젊은 세대들에게는 와 닿지 않지요. 결국, 직접 찾아가 즐거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놀면서 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내년 중학교 대상으로 전면 실시될 '자유학기제' 시행도 크게 반겼다. 북부본부는 지난 5월 20일과 22일 '2015 진로박람회'에 참가했다. 마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홍은청소년문화의집, 서대문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진로박람회에 총 5개 부스를 내고 진로탐색프로그램 및 진로 특강을 진행했다.

"단순히 어떤 직업인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뭘 준비해야 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해야겠죠. 불과 몇 십년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항법사는 전문직답게 대우도 좋고 지원자들도 끊이지 않은 직업이었어요. 지금은 GPS 등의 관성항법장치의 등장으로 비행기 항법사라는 직종은 사라졌습니다. 미래의 직업세계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진로에 대한 체험교육은 중요합니다."

지난 5월 1일 동구마케팅고등학교에서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가 진행한 희망진로 페스티벌의 모습.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또한, 올해부터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내일학교'도 운영 중이다. 내일학교에 올해 참가한 동구마케팅고, 서울디자인고 학생 30명은 진로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생애를 설계하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조언을 받는다.

내일학교에는 다양한 단체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동그라미재단, 끼친, 테크빌닷컴, 돈키우스, 프로젝트 스쿨 등 뜻이 맞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청소년들의 꿈 찾기 프로젝트에 동참한 것.

"교육기부활동은 국민연금공단 혼자서는 하지 못합니다. NGO, 대학생, 지방자치단체 등 많은 기관들이 협업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거죠.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혼자서 교육기부 활동을 하는 것보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효과도 배가 됩니다. "

서울북부본부가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나 홍보 활동을 협업 파트너들을 대상으로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 본부장의 지론이었다.

교육기부 및 봉사활동은 국민연금공단 직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웠을 규모였다. 올 상반기만해도 5개 이상의 활동을 벌였다. 5월 진행한 희망진로페스티벌에는 8명의 공단 직원들이 진행요원 역할 등을 맡았고, 내일학교 프로젝트에는 7명의 직원들이 힘을 모았다. 페스티벌의 행사총괄에서부터 사진촬영, 질서요원, 행사진행까지 약 6시간의 행사시간 내내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진행하는 직원들이 즐겁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좋은 일이니 네가 희생해라'라는 말은 억지지요. 또 그런 활동으로는 수혜 학생들도 즐거울 수 없어요.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자는 것이 우리 직원들 생각이에요."

특히 내일학교 행사 진행 등 휴무일에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체휴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공휴일 등 정규근무 시간 외에 교육기부 활동에 나선 직원들은 평일 중 하루를 대체해 쉴 수 있다.

청년들의 대한 관심만큼 앞으로 미래를 이끌고 나갈 미래세대에 대한 김 본부장의 신뢰도 컸다.

"일부 어르신들은 '미래는 미래세대가 이끌고 갈 것이고, 그들이 주관하고 구상해 가야한다'고 말씀 하시지만,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장유유서'를 따지더군요. 입사한 신규직원들에게 늘 이야기를 합니다. 퇴임까지 몇 안 남은 본인이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클까, 앞으로 30년을 일할 여러분들이 책임감이 클까. 결국 공단은 누가 이끌고 가야 하겠는가. 그리고 미래 대한민국은 누가 이끌고 가겠습니까. 청년들 아니겠어요? 미래세대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교육 지원도 필요하고 청년들 이야기 많이 듣고 수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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