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고려대 편입비리 의혹 적발…'주의' 처분에 그쳐

이정혁 기자
2015.09.03 05:30

편입 모집요강 '기준미달' 2명 합격…"실수로 보기 어려워, 청탁 많다" 증언도

고려대학교 본관 모습.

감사원이 3년 전 착수한 고려대학교 감사에서 '편입학 비리' 의혹을 적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지원자격'조차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버젓이 합격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사정당국의 처분은 고작 '주의'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본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감사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사정당국은 2012년 고려대 감사를 실시하고 '일반 편입생 선발 부적정' 비위를 적발했다.

고려대는 2009학년도와 2011학년도 등 두 차례에 걸쳐 편입 모집요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해 원서를 낼 수도 없는 학생 2명을 부당하게 선발했다.

당시 고려대 편입 요강에는 자연계열의 지원자격을 '전에 다니던 대학 전공이 자연계열'이거나 '인문계열은 자연계열 학과로 복수·이중·부전공·전과를 통해 해당 전공 9학점 이상 취득한 자'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런데 고려대는 2009학년도와 2011학년도 편입 전형 과정에서 자연계열을 별도로 전공하지 않은 인문사회계열 지원자(각 1명씩)를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키지 않고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인문사회계열 지원자 2명이 자연계열 학과 전공과목을 9학점 이상 취득했어도 편입 요강의 자격기준에 미달한 만큼 서류에서 탈락시켜야 했다"고 문제 삼았지만, 후속조치는 입학취소 대신 교육부에 '고려대 주의통보'를 요구한 것이 전부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고려대 출신 고위 인사들이 많아 '고려대 마피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고대 영향력이 막강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편입 전형이 끝나고서야 학생들이 인문계열인 것을 파악했으며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며 "그 직원은 다른 부서로 전출보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명문 사립대로 꼽히는 고려대의 이런 석연찮은 편입에 대해 다른 대학들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낙 적게 뽑아 매년 수십에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편입학 입시에서 모든 과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게 대학가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서울의 한 주요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편입은 신입학처럼 지원자가 많지 않은데다 필기시험이나 면접고사 합격권에 속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검증을 하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무엇보다 편입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완전히 뒤바뀐 만큼 상당히 심각한 입시 비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편입철만 되면 각종 청탁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정입학과 같은 입시비리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 고려대 교수 A씨는 "사실 그 동안 교수들 사이에서 편입을 둘러싸고 늘 말들이 많았다"며 "학과장과 일부 교직원 등에 청탁이 워낙 많았던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머니투데이는 고려대와 감사원에 해당 학생에 대한 편입 성적 등을 요구했으나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유기홍 의원은 "고려대는 이제라도 해당 학생에 대한 편입 성적을 전부 공개해 모든 의혹을 풀어야 한다"며 "가장 공정해야 할 입시, 편입에서 비위가 발각됐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교육부와 단순 주의처분만 내린 감사원은 봐주기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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