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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교원이 교육과 연구 및 학생지도를 담당한다. 대학의 교원은 크게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이 있다.
전임교원은 몇 번의 재임용심사를 거쳐 기준을 통과할 경우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정년 보장과는 거리가 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있다.
전임교원 외에도 시간강사, 초빙교수, 겸임교수, 기금교수, 객원교수, 임상교수 등 10여 가지 명칭을 가진 다양한 비전임교원이 있다.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의 수는 각각 9만명 내외이다. 비전임교원 중 다수인 시간강사는 7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고등교육법에 교원으로 명시되고 공무원 신분(국립대 전임교원)이나 그에 준하는 신분(사립대 전임교원),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면직이나 징계에 대해 따져볼 수 있는 소청심사권, 교원우대특별법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전임교원이다.
비전임교원은 그런 권한 없이 대부분 학교와의 개별 근로계약에 의존한다. 대학당국은 자체 기준에 따라 비전임교원을 마음대로 고용하고, 대우하고, 해고(계약해지)할 수 있다. 특히 시간강사는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나 안정적인 연구 공간도 없이 저임금에 시달리다 문자 연락도 못 받고 해고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대학 안의 유령'이라 불린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문제의 핵심 원인은 교육부에 있다. 대통령령인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설립인가기준 등)에 따르면 대학은 교사, 교지,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교원은 편제완성연도 전까지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을 지키는 대학은 대한민국에 몇 군데 없다. 300개가 넘는 대학의 대부분은 70% 내외의 전임교원만 확보하고 있다. 이 70% 안에는 1~2년 단위의 재계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1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모두 대학의 비용절감 요구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방조하고 부추긴 당사자가 교육부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2011년에 통과된 시간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은 교육부가 입법발의했던 법이다. 수십 년 간 방치해 오다가 2003년부터 서울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자살자가 속출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가 급히 마련한 것이 시간강사법이다.
워낙 날림공사로 준비하다 보니 시급을 받는 강사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데도 '시간강사제도가 폐지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교육부는 '강사는 교원 외 교원이다'라는 비논리적 주장을 펴다가 '교원 외 교원은 교원인가, 교원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해 관련 단체들로부터 '국어공부부터 다시 하라'는 핀잔을 받기도 하였다.
교육부는 시간강사법이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돌려주고 처우를 개선하며 신분을 보장하는 좋은 법이라고 선전하였지만, 그러한 주장은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다름 아니었다. 무늬만 교원인 강사는 사실상 1년 단위로 저임금에 시달리다 해고당하기 일쑤인 시간제교수이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법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고도 있다. 전체적인 비정규교수 종합대책을 만들지 않고서는 한 쪽의 문제가 다른 쪽으로 이전되는 '풍선효과'를 피할 수 없음에도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이다가 시간강사 대량해고, 시간강사 대신 겸임교수와 초빙교수의 편법 활용, 전임교원 노동강도 악화 등의 결과만 초래하게 된 것이다.
시간강사법은 즉각 폐기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체입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법 개정에서 국회 상임위에 가칭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비정규교수특위) 설치를 명문화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또 다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아니라 국회가 책임을 지고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중요 사안 중 하나인 비정규교수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때까지 시간강사법은 폐기되거나 적어도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2016년 4월이 총선이므로, 이후 상임위가 구성되고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여 관련 시행령을 만들고 대학과 당사자가 준비하려면 최소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체입법 전까지는 정부가 나서서 처우개선이라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그 비용은 원칙적으로 정부와 대학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심 쟁점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비정규교수 처우와 권리 보장의 수준이고 그에 수반되는 필요 재정 확보 방안일 것이다. 우리는 고임금과 독점권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교원으로서의 합당한 대우를 원할 뿐이다. 그 수준은 국민들이 정해줄 수도 있다.
언론은 교육부, 대학,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특히 시간강사 대표단체들), 학생과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공론장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연속 TV 토론회 개최도 좋다. 비정규교수 개인이 겪는 어려움이나 불만을 단편적으로 나열하거나 소수 정규 교수의 비리를 부각시키기보다, 양극화의 양태만 나열하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언론이 앞장서 준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문명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위하는 학문의 성숙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식기반 확보를 할 수 있도록 국회와 언론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해 나갈 것이다. 국회와 언론의 화답을 기대한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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