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댈곳 늘었지만…주차장도 '부익부 빈익빈'

김경환 기자
2017.04.13 05:10

주차장 확보율 130% 육박 불구 신축아파트 '넉넉' 일반주택가 '주차난'

불법 주차 차량/사진=뉴스1

서울시 동작구 장승배기로는 차들이 주·정차를 할 수 없는 4차선 도로다. 하지만 토요일, 일요일과 같은 공휴일과 매일 저녁 시간대에 차량들이 길가에 빼곡히 불법으로 주차돼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주·정차 금지 지역이란 표시가 곳곳에 있지만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통행하는 차량들이 오히려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피해 불편을 겪으며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장승배기로는 아파트를 찾아볼 수 없는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집 앞에 주차할 자리가 없는 승용차들이 도로로 나와 길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근방 이면도로들 역시 주차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반면 최근 새롭게 신축한 아파트 단지 일대엔 길가에 불법 주차된 차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축 아파트 지하에 넉넉한 지하 주차 공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자동차 주차장이 등록 차량 대비 130%에 육박하지만 주차장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 주·정차 단속이 쉽지 않다면 지자체가 안전을 위해서라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308만3007대, 주차장수는 398만329면을 기록, 주차장 확보율이 129.2%를 기록했다.

주차장 확보율은 지난 2007년 103.5%, 2008년 105.6%, 2009년 111.0%, 2010년 114.2%, 2011년 120.8%, 2012년 120.7%, 2013년 126.5%, 2014년 126.8%, 2015년 126.9% 등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주차장 확보율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축 아파트, 고급 주택가와 달리 일반 주택가 주차난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다세대주택의 경우 규제 완화로 세대수 만큼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아도 돼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택가에선 이면도로를 다니다 보면 주차된 차들로 소방차들이 진입할 수 없는 공간들이 다수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생한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화재와 지난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에서 130명의 사상자를 낸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모두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최근 지자체들은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서초구와 동작구의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앱 ‘모두의 주차장’과 제휴를 통해 비어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영주차장 등 총 8200면(1면 1대 주차)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도 2004년부터 25개 자치구와 손잡고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 1면을 조성하는데 850만원을 지원하는 ‘그린파킹사업’을 시행, 내 집 앞 주차장 조성을 장려한다. 지난해까지 총 5만745면을 조성했다. 하지만 그린파킹으로 생겨나는 주차장은 한해 2000면 정도에 불과하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도 심야 시간대 주차 찾기는 쉽지 않아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만 차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차고지 증명제' 시행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일본은 1962년부터 집에 주차장이 있거나 유료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차를 구입할 수 없도록 했다. 제주도도 올해부터 국내 최초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도 지난 2012년부터 차고지 증명제 도입을 검토해 왔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대신 심야에 사용하지 않는 주차장을 확보해 주차난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택가 주변 상가나 학교, 교회 등의 비는 주차장을 개방할 경우 주차시설 개선 공사비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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